[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국내 뷰티업계의 양대 축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극명하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재정비와 북미시장을 겨냥한 인수 전략의 성과로 'K-뷰티 훈풍'에 올라탔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데다 인수합병(M&A) 효과까지 제한적으로 발휘되면서 올해 2분기에는 20년 만에 분기 적자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50억원, 영업이익 73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73%나 급증했다. 국내와 해외시장 모두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글로벌사업 다변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리밸런싱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 일본 등으로 수출과 투자를 다변화하며 리스크 분산에 나섰다.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를 미국과 유럽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한편, 설화수는 글로벌 소비자를 겨냥해 브랜드 로고를 한자에서 영문으로 변경하는 등 리브랜딩 작업도 병행했다.
특히 기초화장품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하며 북미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1800억원을 들여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확보한 데 이어 2023년 10월 7551억원을 투입해 잔여 지분을 매입하고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코스알엑스는 미국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베스트셀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해 매출 5898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21.33% 성장했다.
이같은 전략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2년 8.1%였던 북미 비중은 2023년 13.5%, 2024년 상반기에는 14.7%로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전체 매출의 54%에 달했던 중국 비중을 지난해 23%까지 빠르게 낮췄고, 올해 상반기 기준 중화권 매출은 12.8%로 더 낮아졌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서구권 선진시장 위주의 리밸런싱 전략이 실적 개선에 반영되고 있다"며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점이 종합 화장품 기업으로서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해외 전략에서 뚜렷한 전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6049억원,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65.4% 감소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 매출은 6046억원으로 19.4% 줄었고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추지 못한 점이 LG생활건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기준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12%였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0.3%로 여전히 북미(9%)보다 높다. 화장품 매출 부문에서만 중국향(중국 현지+면세) 비중은 4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LG생활건강의 인수합병(M&A) 전략도 제한적인 성과에 그치고 있다. 회사는 2019년 '에이본'을 시작으로 '보인카', '힌스', '더 크렘샵' 등을 잇따라 인수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힌스는 일본 시장 중심의 색조 브랜드로 북미시장에서의 확장성이 떨어지고 북미 공략을 겨냥한 에이본은 지난해 기준 2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결국 LG생활건강은 혹독한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LG생활건강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해태htb(옛 해태음료) 매각을 포함한 음료 부문 전반의 효율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가 높고 그 중에서도 포트폴리오가 '후(Whoo)' 브랜드에 편중돼 있는 것이 한계"라며 "구조조정 이후에도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점이 향후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면세채널 물량을 줄이며 중국사업을 현지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북미와 일본시장에서는 전략 브랜드를 앞세워 반등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뷰티 흥행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M&A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음료부문 매각도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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