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RV(레저용차량) 시장 최강자로 불리는 기아가 오히려 평균판매가격(ASP)을 방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승용 부문과 해외 승용·RV 부문의 경우 ASP가 평균 6% 이상 인상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기아가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한 결과 전반적인 ASP 하락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기아 RV 부문, 통틀어 유일하게 판매가격 인하
2일 기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RV 부문 ASP는 4681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4801만원보다 2.5% 낮아진 가격이다. 반면 올 상반기 기아의 국내 승용 부문 ASP는 10.7% 오른 3765만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승용과 RV 부문은 각각 6.2%, 1.6%씩 상승한 3555만원, 6337만원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와 해외 전 부문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국내 승용과 RV 부문 ASP는 3.1%, 6.3%씩 확대됐으며 해외 승용과 RV 부문은 각각 5.6%, 3.9% 상승했다.
기아의 내수 ASP가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승용 부문 ASP가 3451만원에서 3401만원으로 1.4% 가량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출고 지연 등으로 치솟은 신차 가격이 안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기아 내수 RV 부문의 ASP가 4689만원에서 4801만원으로 되레 상승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주된 요인으로는 준대형급 모델의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예컨대 2023년 상반기 기준 기아 RV 차량은 내수 시장에서 총 16만7369대가 판매됐다. 최다 판매 모델은 총 3만9350대를 기록한 대형 RV 카니발이었다. 이어 중형 SUV 쏘렌토와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가 각각 3만6558대, 3만6084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기아의 내수 RV 총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7.3% 불어난 17만9517대를 달성했다. 특히 쏘렌토가 5만대 가까이 판매됐을 뿐 아니라 카니발도 4만5000대에 육박하는 판대 실적을 올렸다. 통상 세단보다 SUV의 차량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데다, 차급이 높거나 친환경차일수록 고가를 형성한다. 특히 판매가는 마진율과 비례하는 만큼 ASP는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판매 대수 증가에 역행…대대적인 할인 정책 영향
기아의 올 상반기 RV 부문 판매가 증가했음에도 ASP가 부진했다는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아 RV 총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5% 늘어난 18만9335대를 기록했으며, 판매 차종도 전년(10대)보다 늘어난 11대였다. 그렇다고 승용 부문이 두드러지는 판매 성과를 보이지도 않았다. 이 기간 승용 부문은 전년(7만2300대)보다 5.3% 축소된 6만8499대를 파는데 그쳤다.
시장은 기아가 연초부터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아는 일부 전기차종에 한해 최대 500만원의 가격 할인을 제공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가격 비례 할인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만큼 실구매가를 낮춰 소비자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EV6는 350만원을, 니로 EV와 EV9은 각각 450만원과 500만원의 가격 할인이 적용됐다. EV3의 경우 소형 SUV인 터라 애초 판매가와 마진이 높지 않아 할인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실제 판매 성과는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니로 EV(플러스 모델 제외)는 올 상반기 총 6633대가 팔렸는데, 전년 동기(8087대)와 비교할 때 21.9% 감소한 숫자다. 아울러 EV6는 9.4%(4808→5305대), EV9는 60%(1225→768대)씩 판매 대수가 뒷걸음질 쳤다. 풀어서 설명하면 안 그래도 판매가 저조한데, 가격 할인까지 더해지면서 ASP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경우 동일한 프로모션을 전개했지만 내수 ASP는 오히려 상승했다.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추가하면서 판매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차종은 올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한 총 3만대가 팔렸다. 여기에 더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GV70 전기차 모델의 판매 호조를 보였고, GV60 신형 전기차 출시가 한 몫 했다.
◆ 북미 등 해외서 내수 감소분 메꿀 듯…고관세 여파, 소비자에 비용 전가
일각에서는 기아가 내수 RV의 ASP 하락분을 해외 시장에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실제로 기아의 올 상반기 전체 ASP는 3.1%(138만원) 올랐는데, 4.7%(287만원)의 현대차와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내수 승용 부문과 해외 부문의 성과로 풀이된다.
북미 시장의 경우 15%의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만큼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올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도 가격 인상 없이 기 보유 재고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상반기에 모든 재고가 동나면서 연식변경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7월부터 2026년형 쏘렌토 가격을 기존 대비 0.8% 올린 상태인데. 이후 출시되는 상품성 개선 모델부터는 가격을 소폭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 업체들이 줄줄이 차량 판매가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 토요타는 현지 차량 판매가격을 평균 270달러씩 올렸으며, 포드는 일부 차종에 한해 2000달러나 인상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연식변경 모델 11종 중 4종의 소비자자격을 올렸다. 다만 수익성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된 판매가격을 관세 비용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아 관계자는 "올 상반기 RV 부문의 ASP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 따른 가격 하락이 반영됐으며, 승용 부문의 경우 EV4 등 신차 판매가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ASP가 인상된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