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증시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계자들은 시장 친화적인 제도개선과 세제 정상화가 뒷받침될 경우 '코스피 5000' 목표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혁신 산업에 대한 선별 지원과 주주친화적 정책을 병행한다면 고질적인 한국증시 저평가 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리(李)코노믹스-코스피5000 시대를 여는 열쇠'를 주제로 '2025 딜사이트 증권포럼'을 개최했다.
◆ 3년간 나라 곳간이 텅 비어…세제개편 필요
이날 포럼에 참석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지난 3년간 나라 곳간이 텅 비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도걸 의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역임한 전문가로 윤석열 정부 저성장으로 인한 막대한 세수 결손을 지적하며 "2023년 56조4000억원, 작년 30조8000억원, 올해 추경으로 10조3000억원 등 총 97조5000억원의 세수 부족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세제 개편의 핵심을 '정책 실패의 정상화'라고 규정했다. 지난 정부의 법인세 1% 인하 정책이 기대했던 낙수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보편적 감세 대신 인공지능(AI), 방산, 문화 콘텐츠 등 국가 전략 기술이나 미래 혁신산업 분야에 대한 세액 공제를 과감히 하는 '선별 지원'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정부가 '국민성장 펀드'를 조성해 100조원의 자금을 미래 혁신 분야 마중물 투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승호 딜사이트 미디어그룹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시장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평가에 갇혀 있었다"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유통시장의 차별 구조와 제도의 미비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제도를 개선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세제 정상화를 통한 재정 기반 확충, 주주친화적 제도 개선, 기업공개(IPO) 시장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급격한 제도 변화가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시장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PO 본부장은 침체기를 겪던 IPO 시장이 꾸준히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5월 기준 국내 IPO 공모 규모는 2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 가까이 확대됐고, 공모 건수도 22건에서 35건으로 증가했다.
성 본부장은 무신사, 컬리 등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주식시장 강세와 금리 인하 등의 추이를 타고 본격적으로 벤처 기업들이 IPO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파두 사태 등을 거치면서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진 만큼 매출 성장과 더불어 이익 기반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 李정부 '자본시장 정상화 핵심 과제' 실현해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김연수 칸서스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 코스피는 현재 PBR 1.08배, 버핏지수 117%로 주요 선진국 대비 구조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그 원인은 비효율적인 제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자본시장 정상화 핵심 과제 중 의무공개매수제도 개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주요 입법 정책으로 꼽았다. 특히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경우 현행 '10인 이상 주주에게서 5% 이상 취득 시 공개매수 의무' 조항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지배권 변경' 발생 여부에 따라 작동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적 문제만 바로잡는다면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며 "지금이야말로 제도를 개선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구대훈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법 일부개정안이 가져올 변화를 분석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 이익 보호 및 전체 주주의 공평 대우 의무를 명시했다.
구 변호사는 "그간 판례에서는 회사에 직접 손해가 없으면 주주 피해가 발생해도 이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개정 상법으로 이사는 경영 판단 과정에서 소수주주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검토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수현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2025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세제 개편은 공평성과 효율성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증권거래세율을 0%에서 0.05%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각각 환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과장은 "정부안이 곧 최종안은 아니며 국회와 시장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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