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앞으로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강화를 염두에 두고 어떤 결정이든 문서화할 경우 그것이 소액주주에까지 친화적이냐를 판단했다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상법은 회사 운영을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바꾸고, 이사의 책임 리스크를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대훈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2025 증권포럼'에서 개정 상법이 가져올 변화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구 변호사는 "개정 상법 시행으로 이제 이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주주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충실히 검토하고 이를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충실의무 위반 논란이 발생시 이사회 자료가 이사의 책임 판단의 중요한 증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2일부로 개정상법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 이익 보호 및 전체 주주의 공평 대우 의무를 명시한 것이 골자다.
구 변호사는 기존 상법의 한계로 주주 보호가 소홀했던 점을 지적했다. 과거 판례는 회사에 직접 손해가 없으면 주주 피해가 발생해도 이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중복상장)이다. 이 경우 소수주주가 상장에 따른 이익취득 기회에서 배제되거나 모회사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입어도, 종래에는 회사에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이사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불공정 비율에 의한 합병 문제 역시 대주주에 유리하게 추진돼도 법정가격에 의한 경우 회사 손해 입증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구 변호사는 "그간 판례에선 법인의 이해관계와 주주 이해관계를 엄밀히 구분해, 쉽게 말해 '남남처럼' 생각해 왔다"며 "회사에 손해가 없는 한 주주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대주주에 유리하고 소수주주에 불리해도 이사의 의무 위반이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 상법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주주이익 보호 의무, 공평 대우 의무가 명문화됐다.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닌 한, 경영권 방어와 소수주주 축출, 대규모 유상증자 같은 기존 관행들은 앞으로 충실의무 위반 논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변호사는 미국 판례법과 비교하며 성문법 국가인 한국은 자체적인 법리와 판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일반 경영활동에는 경영판단의 원칙(BJR)을 적용하지만 이해상충 상황에서는 '완전한 공정성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BJR 적용 범위와 주주·회사 간 이해상충 시 우선순위 등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이사는 충실 의무 규정을 준수해야 하므로 주주친화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제도가 안착하려면 사법부가 개정 취지를 반영한 해석과 판결을 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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