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코스피 5000 시대로 가는 서막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직접 한국거래소를 찾아 증시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문제들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여야가 상법개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코스피는 3000 시대를 맞았다. '리(李)코노믹스'는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Economics)를 결합한 용어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한국 경제의 구조와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를 기대하게 하는 새 시대의 아젠다로 부족함이 없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시장 정책 전면 재정비에 착수했다. 물적분할 제한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관투자가 역할 재정립 등 투자자 중심의 시장질서 회복을 예고했다. '리코노믹스'가 자본시장에 던지는 변화의 신호를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겨냥한 제도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자본시장 구조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불공정 거래 근절과 물적분할 규제, 배당 과세 체계 개편 등 투자자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은 정책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코스피 5000'을 실현 가능한 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제도 정상화를 통한 증시 저평가 해소가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는 허상이 아닌 과제"라며 "공정하고 신뢰받는 자본시장 질서 확립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리(李)코노믹스'의 첫행보로 자본시장 구조 개편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셈이다.
개편의 첫 단추는 불공정 거래 근절이다. 새 정부는 주가조작 등 중대 시장교란 행위가 반복될 때마다 제도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판단해 대응 체계 전면 개편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먼저 이달 말까지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검찰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로, 불공정 거래 의심 징후 발생 시 즉시 공동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사건 발생 후 기관 간 공조가 늦어 초기 대응을 놓치는 일이 반복됐던 만큼 대응 체계의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취지다.
그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지면 수사 착수에도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돼, 주가 조작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합동 대응단이 가동되면 이른바 '골든타임' 내 초동 조사가 가능해져, 수사 심리 기간도 현재의 절반 수준인 6~7개월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물적분할 문제도 주요 개편 축으로 지목된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 부문을 떼어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본래는 조직 재편 수단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자회사 상장을 통해 자금조달의 전초 단계로 활용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지분을 배정받지 못해 손해를 입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물적분할 이후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야심찬 기조 변화는 벌써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엔무브의 연내 상장을 목표로 예심을 청구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주주 보호 방안'을 요구하자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한 사례가 나왔다.
아울러 배당소득 과세 체계 손질 역시 병행된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고배당주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배당소득을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분리해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고배당주의 배당금에 대해, 수령 금액이 크더라도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분리과세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제도는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최대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배당을 꺼리고 배당성향을 낮게 유지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악순환을 끊고 배당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앞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조만간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제도 손질을 넘어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라는 점에 주목한다. 각 정책이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을 시작으로 자금 유입 확대와 투자 활성화, 주가 리레이팅(re-rating)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그동안 자본시장은 사실상 기업 편의 위주로 설계돼 왔다"며 "이제야 비로소 주주와 투자자 권리를 중심에 둔 구조로 방향이 전환된 것이며, 이는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다. 윤 센터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 틀 속에서 또 다른 우회로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시장의 감시가 꾸준히 필요하다"며 "제도 변화가 시장에 뿌리내리려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일관된 기준과 감시 체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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