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코스피 5000 시대로 가는 서막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직접 한국거래소를 찾아 증시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문제들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여야가 상법개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코스피는 3000 시대를 맞았다. '리(李)코노믹스'는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Economics)를 결합한 용어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한국 경제의 구조와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를 기대하게 하는 새 시대의 아젠다로 부족함이 없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시장 정책 전면 재정비에 착수했다. 물적분할 제한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관투자가 역할 재정립 등 투자자 중심의 시장질서 회복을 예고했다. '리코노믹스'가 자본시장에 던지는 변화의 신호를 짚어본다.
[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새 정부 들어 코스피 기준 3000선을 한 달 여 만에 가볍게 넘었던 증시는 이달 초 갑작스럽게 급락하는 변동성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발발 요인도 있었지만 3000을 넘겼던 증시에 단기고점이 아니냐는 의심을 드러낸 기관 일부가 투매성 매물을 내놓은 결과로도 분석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보험 주식운용 부문이 매도세를 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기관투자가의 불신은 국내주식 투자제한 비중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매물이 나오기 전에 차익을 거두자는 기관의 눈치게임이 증시에선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상법개정안 추진과 투자자 중심의 제도 개편 등 정책 신뢰 회복 흐름은 다시 기관투자가 역할의 재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증시 수급안정 기능은 물론 행동주의 펀드 참여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등 '밸류업 파트너'로서 전환 필요성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법개정안 등 제도 정비가 이뤄진 만큼 이제는 국민연금공단과 각종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역할을 다시 정립할 때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장기적이고 책임 있는 투자자로서 불안정했던 증시 수급여건을 안정시키고 최대주주의 독단경영을 적극 견제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 운용 여건을 갖추는 과제다.
우선 시급한 책무는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 중 수급 개선자로서 역할이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기관의 주식 매매 상황과 전략에 따라 증시 흐름은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한국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공단은 2025년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192조1095억원을 배분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수치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2025년 자산배분 목표 비중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중기 자산배분에 의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계획해 매년 이행하고 있다. 2025년 자산배분안은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5.9%, 국내채권 26.5%, 해외채권 8%, 대체투자 14.7% 등이다. 2026년에는 국내 주식 비중을 14.4%까지 줄일 계획이다. 일종의 투자 비중에 제한을 두고 있는 셈인데 제한을 풀어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수준도 과도하다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측은 국민연금이 기금운용 지침상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5% 이내로 제한하면서 증시 상승기 오버행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가 우상향하는 시기에는 보유 주식평가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15% 비중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주식을 매도할 수 밖에 없어 증시 상승 동력을 저해한다는 논리다.
반면 국내 주식 비중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이론상 최적 자산배분 모델보다 많은 비중을 국내 주식에 배정하고 있어서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국내 주식에 15%나 투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책적 배려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코스피가 3000선을 유리천정으로 박스피에 머물 때와 현재 여건은 다르다. 5000선을 목표로 한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한 모든 조처를 취하고 있다. 기대수익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금개혁으로 향후 기금운용 규모가 커지면 비중이 감소하더라도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4월 '2025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기준수익률을 1%로 높이는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최대 기금적립 규모는 1882조원에서 3600조원 이상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국민연금 외에 정책금융기관, 퇴직연금, 공제회 등 공적 기금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에 설득력이 있다. 일본은행(BOJ)의 ETF 매입 사례나 중국 공적기금의 자국 주식 매입 확대 등은 공공 자금이 자본시장 밸류업을 유도하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존재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중'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주식 비중 확대는 바람직하긴 하지만 오버행 논란 등 현실적 제약도 있는 만큼 논쟁적 사안"이라며 "그보다는 명백한 일반주주 피해 사례에 대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보다 과감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도는 최근 들어 다소 강화되는 흐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2024년 의결권 행사 비율은 99.6%로 집계됐다. 전체 안건 중 20.8%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에 자금을 일부 배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단순히 의결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장 내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활동하는 펀드와의 연계를 통해 더 실질적인 주주 관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국내, 해외주식에 자산배분을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게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에 자금을 배분해 견제역할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국내 증시부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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