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KB부동산신탁이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면서 실제 배상 책임이 현실화될 경우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3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해 준 덕에 주요 재무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송에서 패소해 손해배상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건전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책임준공 약정 미이행 관련 피소 건수가 가장 많은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1000%를 웃도는 등 양호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손해배상 가능성에 대비해 사상 처음으로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한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의무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KB부동산신탁도 유사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현재 책임준공 약정 미이행과 관련해 6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대주단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 기준으로 총 약 905억원이며, 연체이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모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사업장과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사업은 신탁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을 6개월 초과한 시점까지 책임준공을 약정하는 사업이다. 최근 대주단이 부도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시공사로부터 PF 대출 원리금을 회수하기 어렵게 되자 책임준공 약정을 근거로 신탁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탁사가 책임준공 미이행 시 PF대출 원리금 및 이자 전액 배상하라는 첫 판결이 나오면서 유사한 소송과 관련해 신탁사의 PF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5월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약정을 미준수한 평택 물류센터와 관련해서 PF대출 원리금 256억원과 연체이자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책임준공 약정 미준수와 관련해 두 번째로 많은 피소를 당한 KB부동산신탁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책임준공 미이행 관련 소송 건수는 신한자산신탁(11건)이 가장 많고 KB부동산신탁(6건)이 두 번째다. 코리아신탁, 우리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은 각각 1~2건에 불과하고, 손해배상 청구액도 5억~40억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사실상 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에 소송 리스크가 집중돼 있다.
현재로서는 지난해 KB금융지주의 지원을 바탕으로 총 32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상태다. KB부동산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1277%로, 신탁업계 중 최상위권이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신탁사,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지난해 확보한 자본 대부분은 최근 2년간 실적 부진 속에서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한 공사비 마련이 주요 목적이었다. 실제로 신탁계정대는 2022년 2423억원에서 2023년 6859억원, 2024년 1조1540억원, 2025년 1분기 1조2187억원으로 급증하며 신탁업계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신한자산신탁은 KB부동산신탁과 마찬가지로 금융지주의 지원 덕분에 지난해 2500억원의 자금을 확충해 올해 1분기 기준 NCR이 1173%에 달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책임준공 미준수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향후 추가 손해배상에 대비해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재무지표와는 별개로 손해배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책임준공 미이행 관련 소송은 변론 중으로 아직 선고 기일이 정해지지 않아 단기간 내 손해배상액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올해 말까지 도래하는 차입금은 대부분 만기 전에 조기 연장했으며 현재로서는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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