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신한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마련하기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올해 5월 평택 물류센터의 책임준공 미이행 관련 1심 재판에서 256억원과 연체 이자를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상황인데, 현재 진행 중인 책임준공 약정 관련 소송에서 모두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액은 최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실적 악화로 자체적인 자금 확충이 쉽지 않은 만큼 공모채 시장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치를 초과하는 수요 예측이 몰리면서 15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한다.
기존에는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2배 이상의 수요가 몰리면서 15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표면금리는 연 5.47% 수준에서 결정됐다. 신한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유상증자 등 긴급 자금 수혈…"공사비 조달 목적"
신한자산신탁의 이번 공모채 발행은 지난해 자금 조달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실적이 저하된 상황에서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한 공사비 투입이 주된 목적이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사업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보다 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정하는 사업이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신탁사가 공사 정상화를 위해 직접 자금(신탁계정대)을 투입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책임준공을 약정한 건설사가 경영난 또는 부도를 겪게 되면서 PF 우발채무가 신탁사로까지 전이됐다는 점이다. 신한자산신탁은 모기업인 신한금융지주의 재무 여력 및 신용도를 등에 업고 책임준공형 사업장을 확대해 왔다. 이에 PF 부실 타격이 컸다. 2023년말 기준 국내 신탁사 중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 사업장(133곳)이 가장 많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320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534억원) 대비 손실폭이 급격히 커졌다. 특히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신탁계정대 투입이 급증하면서 자산 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신탁계정대는 2023년 말 2095억원에서 같은 해 말 6951억원으로 급증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유동성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5월과 10월, 신한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아 각각 1000억원,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다만 기업어음의 경우 1000억원 중 650억원을 상환했으며, 신종자본증권은 만기일이 30년 후인 2054년으로 정해져 있어 아직 만기 압박이 덜하다.
◆ 평택 물류센터 패소 여파…최대 3000억원 우발채무 대응
이번 공모채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공사비 투입이 아닌 책임준공 사업장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패소에 대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이다. 신한자산신탁은 최근 3년간 실적 악화와 재무 건전성 저하를 겪었지만 지난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방어에 성공했다는 입장이다. 모기업인 신한금융지주의 지원 아래 자본 확충에 나섰고 사업장 수를 줄이는 정리 작업도 병행했다.
올해 1분기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형 사업장은 33곳으로,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대부분 책임준공 사업장이 준공 마무리 단계에 있어 추가적인 신탁계정대 투입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손해배상 리스크는 신한자산신탁의 유동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다. 최근 PF대주단은 책임준공형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경영난이나 부도로 PF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신탁사에 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신탁계정대 부담으로 자체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평택 물류센터 관련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신한자산신탁이 대주단에 대출원금 256억원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신탁업계에서 신탁사가 PF 원리금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첫 판례였다.
현재 신한자산신탁이 관련 소송에 휘말린 사업장은 총 11건으로, 손해배상액은 약 2696억원이다. 이는 PF대출원리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여기에 합산한 연체 이자 상당액 및 소송비용 등까지 합산하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책임준공 약정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 협의나 즉시 지급을 위한 자금이 필요해 회사채를 발행했다"며 "올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책임준공형 사업장 정리를 통해 재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수요예측에서도 흥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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