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활동에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 족쇄가 해소되면서 삼성의 인수합병(M&A) 행보가 다시금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공조부터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다양한 분야의 M&A를 진행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의 '빅딜(Big Deal)'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M&A 행보는 사실상 멈춰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M&A 엔진이 서서히 가동되기 시작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AI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차례차례 인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로봇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자 AI 기능 강화를 위해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맨틱 테크놀로지'의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를 인수하며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조(兆) 단위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 가운데 최근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통합 솔루션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젤스와의 협업을 토대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고객 건강 정보와 의료 서비스를 연계하는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선 'AI 헬스코치' 베타 버전 서비스도 예고한 상태다.
이외에도 오디오 및 전장 분야에서는 룬과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메드텍 분야에서는 소니오를 인수하며 기존 사업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이전에도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분야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해왔지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AI, 디지털 헬스케어, 공조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발은 담갔지만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의 '빅딜'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긴 했지만 이후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인수한 젤스도 따지고 보면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 중점을 둔 M&A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사업의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높이거나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M&A는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공격적인 M&A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사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던 것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딱히 필요하지 않은 시기라고 한다면 기업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큰 지장은 없다"며 "그러나 지금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의사결정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은 시기"라고 했다.
이 회장이 최근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만큼 초대형 M&A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로 불리며 글로벌 기업 간 M&A 등 주요 거래가 성사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미래 경쟁력을 위해 굉장히 많은 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러 빅딜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100조원 수준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실탄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빅딜은 반도체 분야에서 성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사업의 경우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대형 M&A를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아 AI 칩 설계 기업을 물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 경쟁력 회복을 위해 AI 반도체 설계 회사를 물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며 "(M&A를 단행한) 분야에서 뚜렷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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