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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의 후예, 킹생산직의 오만
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2025.06.27 08:25:10
현대차 아틀라스 등 공장 채우는 로봇…과거 머문 노조, 자성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6일 08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아마도 처음 접한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는 공상과학(SF) 만화 주인공인 '아톰'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로봇태권V', '마징가Z'와 달리 사람의 모습을 한 아톰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꽤나 인상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A.I'(2001년)나 '아이, 로봇'(2004년) 등 실사 영화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가 많아지면 막연한 미래의 일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로 '휴머노이드'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실감할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생산 공장에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시범 투입했으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CES 2025'에서 14대의 휴머노이드에 둘러싸여 "로봇의 챗GPT 순간이 온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이미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국가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직원 1만명 당 산업용 로봇 대수가 1012대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 10명 당 로봇 1대 이상이 배치된 것으로, 2위인 싱가포르(730대)와 큰 격차다.


유독 자동화 비율이 높은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무려 근로자 1만명 당 약 2900대의 로봇은 운영 중인데, 독일(1500대)이나 미국(1500대), 일본(1400대)보다 압도적이다. 전동화 중심의 자동차 산업 재편이 불가피한 만큼 로봇 밀도는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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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휴머노이드 사업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00억원 상당의 사재를 투입하며 진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본가동에 돌입한 미국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휴머노이드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인데, 이르면 연말 완성차 생산 라인에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투입된다.


그러나 기술보다 더 빠르게 다가온 현실은 '노조 리스크'다. 현대차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 노동조합(노조)은 ▲현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 ▲주 4.5일제 도입 ▲통상임금의 750%인 상여금을 900%로 인상 ▲기본급 14만3000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수준 책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안을 미수용할 경우 파업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매우 비우호적이다. 핵심 시장인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독한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제 정세가 격랑에 휩싸면서 발생한 공급망 불안도 위협적이다. 올해 현대차그룹 전반에서 '피크 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한 푼이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징계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연장 근무 시간을 입력한 뒤 조기 퇴근하거나, 2명의 일을 1명이 몰아서 하고 1명은 쉬는 부적절한 관행이 적발된 것이다. 고연봉과 파격 인센티브,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 등 '킹산직(킹+생산직)'이라는 이름값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면 인간은 육체노동에서 해방되지만, 동시에 단순 노동 근로자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주가 하락과 자금 이탈이라는 시장의 심판을 받게 된다. 휴머노이드는 '고수익·고효율·저위험'이라는 자본시장 논리의 필연적인 결과물인 셈이다.


노조는 이 같은 시대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휴머노이드에 일자리를 내주는 위기를 자초하지 않으려면, 노조 스스로의 자성과 전략 재수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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