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SK그룹이 대대적인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의 합병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SK온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자체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분명한 데다, 올해 현금흐름이 양수 전환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차입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SK엔무브와의 합병이 기업 재무 상황을 쇄신하는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룹 리밸런싱의 큰 축이 'SK온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 돌아가면서 일각에선 SK엔무브가 SK그룹의 '뗐다 붙였다' 전략의 다음번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온 입장에서 재무구조 건전화 등이 시급하지만 SK엔무브와의 합병이 현실화하면 또다시 배터리 사업 살리기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SK엔무브와 합병할 경우 재무적 효과는 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70%, 재무적투자자(FI)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30%를 보유한 SK엔무브는 SK온과 달리 꾸준히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SK엔무브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851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 당기순이익 108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6%, 44.8%, 26% 감소했음에도 흑자를 유지하는 견실한 회사다. 같은기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82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SK온의 NCF는 마이너스(-) 591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오히려 591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1분기 부채비율이 251.7%(전년 동기 188.2%)에 달하는 상황에서 설비투자(CAPEX)를 위한 현금 유출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본업 회복이 어렵다면 추가적인 자구안 마련이 불가피하다. 그중 하나로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양사가 합병한다고 해도 배터리 사업 부진에 따른 불안정한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SK그룹은 SK온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 시키며 재무적 개선을 이뤘으나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의 석유 제품 수출 및 원유 수입을 담당하는 알짜 회사였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1분기 매출이 10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또다시 알짜 계열사를 SK온에 붙여주며 그룹 차원의 지원이 반복된다고 해도 재무부담을 통제하려면 결국 본업의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시너지가 사실상 크게 없는 계열사들이 SK온 살리기를 위해 무리하게 재무적인 이유로 합병와 분리가 반복되고 있어 '누더기식'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투자 부담이 장기화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분기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 비중국 배터리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적자 규모가 축소된다고 해서 재무 안정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합병으로 개선된 재무 안정성이 소진돼 재차 재무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재무부담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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