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삼성SDI가 BMW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노이어 클라세' 배터리 공급사에서 제외된 여파가 지난해 실적에 본격 반영되고 있다. 중대형전지 사업이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유럽 핵심 생산기지인 헝가리 괴드 공장 각형 라인 가동률이 4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3조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3255억원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조7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857억원 악화됐다. 미래에셋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중대형전지(EV·ESS) 부문이 1조60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사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BMW 노이어 클라세 공급 제외는 약 2년 전 결정된 사안으로, 그 영향이 지난해 실적에 본격 반영되고 있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BMW는 17년간 파트너였던 삼성SDI 대신 중국 EVE에너지를 노이어 클라세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생산 중인 첫 노이어 클라세 모델 iX3에는 EVE에너지의 4612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46120은 지름 46mm, 길이 120mm 규격의 대형 원통형 배터리로 BMW가 노이어 클라세 전용으로 개발한 폼팩터다. BMW는 삼성SDI의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주요 매출처다.
주목되는 점은 EVE에너지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납품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EVE에너지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6%로 8위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중국 샤오펑 등 자국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해왔으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본격 납품은 BMW가 사실상 처음이다.
EVE에너지는 현재 BMW 데브레첸 완성차 공장 인근에 약 10억유로(1조70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본격 양산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되며 초기 물량은 중국 현지 생산기지에서 대응하는 구조다. 향후 헝가리 현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SDI 괴드 공장과의 지리적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I 헝가리 각형 라인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0% 수준으로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노후화된 생산능력이 가동률 하락을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중대형전지 가동률을 사업보고서에 별도 공개하지 않아 실질적인 타격 규모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SDI 측도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으나 업계에서는 40%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자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넥스트에라에너지와 6300억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대자동차와는 2026년부터 7년간 유럽 공급용 전기차 배터리 계약도 맺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6년 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전 사업부문에 걸쳐 시설투자를 계획 중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헝가리 각형 라인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 중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 생산능력 축소에 따른 고정비 개선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관련 보조금 정책 확대가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 중대형전지 부문도 올해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기준으로는 2027년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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