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공식화하고 있지만, ESS만으로는 신용도 흐름을 반전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는 9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KIS 크레딧 이슈(Credit Issue) 세미나'에서 "ESS가 저하된 실적을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현재의 신용도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핵심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30%가 넘게 감소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이미 70%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기준으로도 점유율이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셀 3사 합산 AMPC(첨단제조 세액공제) 수혜 금액이 2024년 1조8600억원에서 2025년 2조6400억원으로 늘었음에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영업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국신용평가는 ESS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전기차 수요 둔화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봤다. 김응관 선임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배터리 수요 중 ESS 비중은 중기적으로 30% 이내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LFP 중심으로 시장이 표준화되면서 셀 단가와 마진의 상방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5년 들어 글로벌 ESS용 배터리 팩 가격은 전기차용을 밑돌기 시작했다.
다만 미·중 갈등은 국내 업체에 기회 요인이다.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현행 관세율은 2026년 기준 43%를 웃돌고 있으며, 역내 조달 요건(MACR) 강화로 북미 생산 기반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수주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ESS 영업이익의 약 90%는 AMPC 보조금에서 나온다. 북미 미시건 공장을 통해 즉시 생산 대응이 가능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기준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ESS 부문 영업이익 약 1조1000억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JV 공장을 ESS용으로 점진 전환 중으로 단기 매출 확대 폭이 제한적이고, SK온은 조지아 공장 일부 라인의 ESS 전환이 초기 단계여서 매출 기여가 미미한 수준이다. 전기차와 달리 ESS는 단독 공장 생산 비율이 높아 AMPC를 완성차 업체와 나눠 갖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 이점도 있다.
ESS 성장의 핵심 수요처는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연계 인프라다. 김응관 선임애널리스트는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용 전력 수요 확대는 구조적 흐름"이라며 정책 지원이 축소되더라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시장조사기관 BNEF는 글로벌 ESS 시장이 2035년에는 2025년 대비 약 2.5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규모의 경제 실현 전까지 이익 창출이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는 정책 리스크에 취약하다. 또 LFP 중심의 제품 표준화로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경우 태양광·LCD 패널처럼 치킨게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응관 선임애널리스트는 "ESS는 가동률 방어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연결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본질적인 이익 창출력 개선은 결국 전기차 산업환경 회복 여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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