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HDC그룹이 주택·부동산을 포함한 라이프 부문 전면에 '아이파크(IPARK)'를 내세운 것은 단순 브랜드 강화 차원의 결정은 아니다. 사명 변경과 계열사 명칭 통일까지 추진하면서 시공 중심 건설사에서 벗어나 개발·운영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특히 아이파크는 타 건설사와 달리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을 내세우지 않았는데, 이번 사명 변경을 통해 아이파크의 자체 브랜드 가치를 고급화 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규 회장이 아이파크 브랜드에 가지고 있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C그룹은 50주년을 맞아 라이프 부문 주요 계열사의 사명에서 기존 'HDC'를 떼고 'IPARK'를 전면에 배치하도록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IPARK현대산업개발'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며 브랜드 변경을 확정지었다.
HDC아이파크몰, 호텔HDC, HDC리조트, HDC신라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 역시 동일한 방향의 사명 변경을 완료했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를 일원화해 사업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출시 25년 차 아이파크 BI변경만 6번
아이파크는 2001년 3월 도입된 주택 브랜드로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의 핵심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후 아이파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디자인 변경만 여섯 차례 진행했다. 초기에는 앞글자 I가 필기체 형식의 필체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고딕체에 가까운 직선적인 형태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아파트 브랜드로서 상징성이 있었던 빨간색이 항상 포함됐으나 올해 BI 변경에는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향후 주택 브랜드의 상징성을 넘어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인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BI 수정은 2~4년 간격으로 꾸준히 진행됐다. 이번 발표 이전 2021년에는 아이파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프리미엄 라이프 플랫폼'으로 재정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거 공간을 넘어 고객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이미 공식화하며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사업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은 과거 외부 사업장을 수주해 시공하고 분양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기획과 시공, 운영까지 통합하는 사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서울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서울원'은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복합개발 프로젝트로 주거·상업·업무시설과 호텔 등이 결합된 대형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HDC가 부지 확보부터 개발, 시공, 운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했다.
용산 아이파크몰 역시 이러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단순 상업시설이 아니라 쇼핑과 문화, 여가 기능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운영되면서 HDC는 부동산 개발 이후 운영 단계에서의 수익 창출 경험을 축적해왔다. 여기에 호텔, 리조트, 면세점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그룹 내에서는 주거 외 수익 기반이 점차 강화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번 브랜드 전략은 이러한 사업 확장을 하나의 축으로 묶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건설, 유통, 호텔·레저 등 서로 다른 사업을 개별 브랜드로 운영하는 대신 '아이파크'라는 단일 브랜드 아래 통합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일원화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시공사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 기업'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신뢰도 제고 '과제'
브랜드 전략과 별개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 연이은 안전사고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를 많이 훼손시켰다.
HDC그룹은 사고 이후 안전관리 체계 강화와 조직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브랜드 신뢰 회복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아이파크가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두지 않는 전략 역시 향후 도시정비 사업의 경쟁력에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DL이앤씨 '아크로', 대우건설 '써밋', 롯데건설 '르엘',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SK에코플랜트 '드파인' 등 주요 건설사들이 고급 주거 시장을 겨냥한 별도 브랜드를 운영하며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부재하다면, 향후 서울 한강변의 핵심 입지를 둔 수주전에서 힘겨운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HDC는 아이파크 단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주거와 리테일, 호텔·레저를 통합해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가 타 건설사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되고 있는 만큼 고객과의 신뢰 자산도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아이파크 외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HDC의 브랜드 전략은 '확장'과 '집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형태로 귀결된다. 아이파크를 통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장하는 동시에 주택 시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형 복합개발 사업의 성과가 이러한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광운대역세권 '서울원'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개발·운영 역량을 입증할 경우 아이파크 브랜드의 외연 확장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핵심 사업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가 나올 경우 브랜드 전략 자체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HDC는 사명 변경과 계열사 브랜드 통합을 통해 아이파크를 그룹 전면에 내세우는 선택을 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사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만 브랜드 신뢰 회복과 시장 내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가 동시에 남아 있는 만큼, 아이파크 중심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사업 전개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앞서 일부 부정적 사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몽규 회장이 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닌 책임 경영으로 돌파하겠다는 경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파크의 하이엔드 브랜드 역시 충분히 만들 역량이 있지만, 기존 고객들에게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아이파크 자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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