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3조1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확보한 현금은 상속세 납부와 대출금 상환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기반한 호실적이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이날 오전까지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을 맺은 삼성전자 1500만주를 모두 처분했다. 매각가는 전날 종가(21만500원)에 할인율 2.5%를 적용한 20만5237원이다. 총 매각 규모는 약 3조785억원에 달한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 UBS,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홍 명예관장은 올해 1월 신한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을 맺었다. 당시 밝힌 계약 목적은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을 위한 주식 처분이다. 삼성 일가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6회 분할 납부하고 있다. 마지막 납부 기한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홍 명예관장은 2022년부터 격년 주기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로 매도했다.
이번 블록딜은 국내 자본시장 단일 기준 최대 규모인데도 총 156억달러 수준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며 성료됐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호실적이 이같은 흥행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133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30% 이상 웃돌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분이 50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실적 개선을 주도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 부담도 완화됐다. 홍 명예관장이 신탁 계약을 체결할 당시 주가는 13만9000원으로 지분 가치는 약 2조85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20만원대를 넘어서면서 동일 지분으로 더 큰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시장 상황을 살피며 매도 시점을 저울질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49%에서 1.24%로 줄었다. 상속 직후(2.30%)와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 회장은 보통주 기준 지분율 1.65%를 유지하며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굳혔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영향력은 막대하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 지분을 유지하며 배당금과 개인 신용대출 등으로 충당한 덕분이다. 이 회장 중심의 뉴삼성 체제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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