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수명이 다 된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해 새 배터리로 가공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 재활용으로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순환 경제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원에서 2030년 12조원, 2050년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5~2017년에 보급된 초기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기도 도래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잔존 가치가 70~80%가 되면 안전성의 문제로 반드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
◆폐배터리 재활용, 핵심 광물 안정적 수급 대안으로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고 배터리 관련 산업이 형성되면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관련 핵심광물의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리튬은 호주와 중국에, 니켈은 인도네시아,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전 세계 매장량의 50% 이상이 몰려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큰 편이다. 실제로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희소한 핵심광물들의 수출을 제한하며 대응하며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했다.
이처럼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광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폐배터리를 파·분쇄(전처리)하면 검은 가루인 '블랙 매스(Black Mass)'가 나오는데, 여기서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리륨·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회수(후처리)할 수 있다. 이는 핵심광물의 해외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블랙 매스를 통해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 중 일부는 폐배터리 내 사용된 리튬의 90%, 니켈과 코발트는 97%까지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더욱이 회수된 니켈과 코발트의 순도도 높아 원석을 배터리 생산에 적합하게 가공하는 과정도 생략할 수 있을 정도다.
폐베터리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가 도시 속 광산이라고 불릴 만큼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며 "폐배터리를 잘 활용하면 천연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도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명 '블랙 매스' 선점하라…경쟁 본격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블랙 매스 확보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오는 7월부터 블랙 매스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그동안 블랙 매스를 유해 폐기물로 간주하고 수입을 규제해 왔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을 위해 최근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유럽은 블랙 매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하고 블랙 매스를 유해폐기물 목록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되면 블랙매스는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에 따라 국외 반출이 금지된다.
한국은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 강국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도 앞서있지만 블랙 매스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블랙 매스의 양이 많지 않다보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중국이 물량을 가로채면서 국내 기업들의 원료 확보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SK테스, 성일하이텍 등 국내 폐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등에 공장을 세우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블랙 매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폐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 강국으로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서도 앞서 있다"며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폐배터리 패권 경쟁에서도 입지를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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