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SLL중앙 경영권 지분 매각에 대해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은 "대주주와는 매각 사실을 협의한 바 없다"며 "기존 주주 간 계약에 따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SLL중앙 대주주인 콘텐트리중앙과도 다른 큰 변수 없이 상장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최근 경영권 매각 관측에 대해 "지난해부터 골드만삭스를 통해 투자유치 차원에서 소수 지분 매각을 검토해왔다"며 "콘텐트리중앙이 경영권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보지는 않기에 소수 지분 매각이 와전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설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0일 콘텐트리중앙은 "소수 지분 투자유치, IPO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에 대하여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지만 재무적 투자자들은 실제로 경영권 매각 논의가 오간 적은 없으며 현재는 IPO를 통한 회수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투자자인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은 2021년 프리IPO 투자 유치 당시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1분기 기준 SLL중앙 최대주주는 콘텐트리중앙으로 지분 53.82%를 보유하고 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인 프랙시스샤토홀딩스를 통해 18.36%, 에이스빌은 10.11%를 보유 중이다.
통상 프리IPO 투자에서는 상장 실패에 대비해 태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이나 풋옵션(지분 매도청구권) 등 회수 장치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LL중앙 투자 건은 재무적 동반자들이 보유한 권리를 경영권 변동 시 사전 협의 의무 정도에 그치는 구조로 반영했다. 이 때문에 향후 대주주 지분 매각이 실제로 추진되더라도 FI들이 이에 자동적으로 연동될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SLL중앙과 FI 간 투자 계약에는 '3년 내 IPO'를 조건으로 하되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 5년까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SLL중앙은 실제로 지난해 상장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으며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데 이어 상장예비심사청구(ERA) 준비 중이다.
이번 매각설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을 감안해 회수 전략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SLL중앙이 순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장보다는 매각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FI 측은 콘텐츠 제작사 특성상 손익 구조가 회계상 손실로 나타날 수 있으며 단순한 손익 지표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LL중앙은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는 무형자산상각비 등 비현금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작비 등은 통상 무형자산으로 계상됐다가 향후 매출 인식 시점에 맞춰 상각되는데 이 과정에서 회계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SLL중앙은 2023년 1273억원, 지난해 1222억원의 무형자산상각비를 기록했다. 이 항목에는 판권상각비와 판관비에 반영된 레이블 인수 관련 기타무형자산 상각비가 포함돼 있으며 콘텐츠 자산이 판권과 가장 유사한 개념이다.
SLL중앙과 같은 스튜디오·IP 기업은 판권상각비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에 포함하여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다수 증권사 리포트 및 타 사의 경우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SLL중앙은 2024년 기준 약 1200억원 수준의 EBITDA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FI 측은 이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가치 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FI들은 내년 3월이라는 상장 시한에 맞춰 기존 계획을 이어갈 입장이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IPO를 통한 회수를 전제로 한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SLL중앙은 여전히 상장 추진 일정이나 자금 조달 방향 등을 두고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경영권 매각설은 실제 논의와는 온도차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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