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소프트웨어(SW) 센터인 포티투닷의 결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구개발(R&D) 등 각종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티투닷의 재무건전성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대주주인 현대차·기아로부터 대규모 자금 수혈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정의선 회장, 포티투닷 인수 주도…R&D 등 인건비 탓 손실 누적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영업수익) 173억원과 영업적자 1737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 감소했고, 적자폭은 2배 넘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순손실 역시 1.9배 가량 늘어난 1754억원으로 집계됐다.
포티투닷은 2019년 송창현 대표가 판교 테크노벨리에 설립한 자율주행 TaaS 스타트업 '코드42'를 전신으로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티투닷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완성차 제조사로 한정된 현대차그룹의 정체성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확장시키겠다고 천명한 만큼 포티투닷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2021년 현대차에 4월 전사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신설하고 송 대표를 본부장으로 발탁했다. 현대차그룹의 인재 영입은 전 직장을 그만 두고 적을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송 대표의 경우 이례적으로 겸직이 허용됐다. 여기에 더해 정 회장은 2022년 8월 4500억원 가량을 투입해 포티투닷을 그룹사로 편입시켰다. 세부적으로 현대차는 포티투닷 주식 212만9160주(55.9%)를 2746억6200만원에, 기아는 118만6106주(37.3%)를 1530억800만원에 확보했다.

포티투닷의 경영 실적은 외형과 내실의 괴리가 특징이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 소속이 된 이후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포티투닷은 2022년 말 매출이 전년보다 722% 급증한 33억원이었고, 2023년 말 기준으로는 930% 성장한 340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매출이 38.6% 축소된 250억원에 그쳤다. 포티투닷은 전체 매출의 80% 안팎을 현대차그룹에서 창출 중이지만,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기아 일감이 46% 가량 줄어들면서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 4년간(2021~2024년) 포티투닷의 누적 영업적자와 순손실은 각각 3559억원, 3649억원을 기록했다. 안 그래도 결손금이 쌓인 상태인데, 매년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 항목의 취약성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포티투닷의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무려 5590억원이다.
이 같은 이익 악화는 포티투닷이 R&D 중심의 회사라는 점에서 기인했다. 포티투닷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1911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인건비인데, ▲급여 ▲상여 ▲복리후생비로 전년보다 43% 늘어난 총 893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글로벌 핵심 인재 선점에 비용을 아끼지 말라는 정 회장의 특명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지난 1년 새 포티투닷 임직원 수는 524명에서 632명으로 20.6%(108명) 늘었다.
◆ 결손금 5600억, 부채비율 고작 33%…1조원 규모 유증, 올해 마지막
눈길을 끄는 부분은 따로 있다. 포티투닷이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회계상 재무건전성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포티투닷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32.9%로, 통상 해당 수치가 50% 미만이면 재무구조가 매우 우량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를 1년 내 유동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으로 나눈 값인 유동비율의 경우 433.5%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은 100%를 넘어야 상환 여력을 갖춘 것으로 분류하는데, 포티투닷의 경우 재무체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포티투닷의 재무구조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수 있는 배경에는 모기업의 절대적인 자금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2023년 포티투닷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6324억원, 4215억원 총 1조539억원을 출자했다. 취득가는 주당 12만90000원이며 유상증자는 2023년부터 3년간 매년 1회씩 진행된다. 먼저 1차 취득일에는 3462억원(268만4021주)이 유입됐고, 2차 취득일에는 3775억원(292만6595주)의 자금이 수혈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포티투닷은 자본금은 2022년 말 10억원에서 2023년 말 35억원으로 3.4배, 자본잉여금은 28억원에서 6477억원으로 232.9배 급증했다. 특히 자본잉여금에는 복합금융상품의 전환 등으로 추가적인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그 결과 포티투닷의 총자본은 음수인 완전자본잠식(-2815억원)에서 2696억원으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현대차·기아로부터 각각 1522억원, 1014억원을 받은 포티투닷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전년 보다 29.5%, 40.6%씩 확대됐다. 특히 해당 증자금은 포티투닷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재무건전성을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마지막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준비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총 4032억원(312만5548주)이 유입되는데, 자본잉여금 계정은 1조원을 훌쩍 상회할 전망이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순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자본총계는 최소 5000억원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포티투닷의 유상증자 시기 등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로는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시장 선점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까지 전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적용하고, 연내 출시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형 SUV 'GV90'에 차세대 차량용 운영체계(AAOS)를 탑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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