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르면 이달 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올해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진 데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로운 부회장을 발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회장 체제가 자리 잡은 만큼 부회장단을 다시 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께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사 일정을 보름 가량 앞당겼었지만 올해는 다시 예년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15일 주요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미국 대선에 따른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가 예고되자 서둘러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함이었다.
◆ 정의선 체제 5년차, 부회장직 부활…'파격 혁신'
지난해 사장단 인사는 정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최대폭의 인사로 손꼽히고 있다. 2021년 사실상 없어진 부회장 직이 부활했을 뿐 아니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가 임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재훈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르며 '정의선 체제 첫 부회장' 타이틀을 따냈다. 2020년 말 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차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4년 만이었으며, 현대차그룹에서 부회장이 탄생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의 일이었다.
2020년 10월 공식 총수에 오른 정 회장은 이른바 'MK사단'으로 지칭된 기존 부회장들을 경영 이선으로 내렸다. MK사단이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 최측근이자 가신집단으로 채워진 만큼 세대교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었다. 특히 정 회장 취임 초반인 만큼 권력 집중을 위해 '회장 직할 체제'를 굳힐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었다. 정 회장이 평소 혁신과 소통을 중시해 왔다는 점 역시 부회장단을 구성할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친정체제가 안착되자 부회장 직을 되살렸다.
외국인 CEO도 눈에 띄는 점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스페인 태생이지만 미국 국적을 가진 무뇨스 사장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싱크탱크 수장에 미국 통상 전문가인 성 김 현대차 사장을 앉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 소폭 인사 무게 속 부회장단 확대 기대감↑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올해 사장단 인사가 소폭의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변동성이 클 뿐더러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의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최준영 기아 사장과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영전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장을 바꿀 명분도 충분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미국 고관세 리스크에도 견조한 북미 판매 실적을 기록 중이다. 나아가 관세 협상에 따라 현재 8%대인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는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논캡티브(계열사 제외)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는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상 현대차가 아닌 계열사에서 부회장이 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 주력사인 현대차 CEO가 사장 급인 상황에서 기아 등 타 계열사 CEO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추가로 부회장을 선임할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이 확실한 '원톱 체제'를 안착시켰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시장 선점을 위해 최측근 중심으로 부회장단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 미래차 경쟁력 'SDV'…'정의선 픽' 송창현 승진 가능성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송창현 현대차 사장이다. 애초 송 사장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며 재계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네이버 출신의 송 사장은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설립한 소프트웨어(SW) 전문가다. 정 회장은 포티투닷 설립 한 달여 만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현대차그룹이 2021년 신설한 TaaS본부의 리더로 송 사장을 발탁했다.
특히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겸직 불가' 원칙을 깨고 송 사장이 포티투닷의 대표 직을 겸직하도록 했으며, 2022년 포티투닷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아울러 정 회장은 송 사장에게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개발과 관련된 전권을 부여하기 위해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를 새롭게 조직하고 지휘봉을 맡겼다.
현대차그룹은 SDV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SDV가 추후 미래차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세부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내년 SDV 페이스카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2028년에 완성형 SDV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SDV 주도권을 쥔 업체가 없는 만큼 송 사장을 승진시켜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려 한다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정 회장은 일찍이 'IT회사보다 더 IT회사 같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송 사장과 같은 개발자 출신들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파격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역시 비(非) 자동차 전문가의 리더십 확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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