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2년 만에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복귀했다.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현대제철 '소방수'로 투입된 서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담당에 올랐다. 기존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해당 보직을 겸직했지만,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만큼 완성차 담당 업무에 집중하도록 업무 재조정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서 사장은 현대차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과 인사, 재무, 투자 등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그룹 '재무통'…현대차 CFO·현대제철 CEO 역임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서 사장은 이날 발표한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기획조정담당으로 발령 받았다. 그는 향후 그룹사간 사업 최적화를 주도하게 된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서 사장은 1993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현대차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경영관리실장 등 주로 회계·재무 업무를 담당해 왔다. 서 사장은 2012년 말 실시된 임원인사에서 이사 대우로 승진, 임원 반열에 올랐다. 2015년 2월 내부 인사를 통해 회계관리실장으로 보직이 변경됐으며, 2017년 말 상무가 됐다. 특히 1년 만인 2018년 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서 사장은 현대제철로 이동해 재경본부장을 맡았고, 2019년 3월 이 회사 사내이사에 올랐다.
서 사장은 현대체철의 체질을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강도 원가절감과 품질 향상으로 수익 기반을 다졌을 뿐 아니라 단조사업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는 등 사업구조 최적화를 실시했다. 적자 사업부인 당진제철소 박판열연공장과 순천 컬러강판설비 생산시설은 과감하게 정리한 데 이어 사무직 대상 명예퇴직을 실시하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기초체력을 다진 덕분에 서 사장이 현대차로 이동한 이후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함께 현대차 CFO로 복귀한 서 사장은 압도적 재무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도 힘을 보탰다. 예컨대 서 사장이 돌아온 2021년 말 연결기준 현대차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180% 가까이 급증했다. 그 결과 2.3%에 불과하던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21년 5.7%를 기록했으며 ▲2022년 6.9% ▲2023년 9.3%로 늘었다.
서 사장은 2023년 말 또 다시 실적 부진에 빠진 현대제철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서 사장은 해외 사업을 돌파구로 삼았다. 미국 조지아와 인도 푸네에 전기차 전용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설립해 글로벌 자동차강판 공급 인프라를 확대했을 뿐 아니라 3세대 강판 개발 등 고부가 기술경쟁력 강화도 추진했다.
◆ 장재훈 부회장, 완성차 담당 업무에 집중…안방살림 중요한 시점
현대차그룹 기조실은 지난해 말 김걸 전 사장 퇴임과 장 부회장 승진에 따라 기획조정본부로 조정됐다. 기조실장은 미래 전략과 투자, 재무 등 안방살림을 총괄하는 자리로 사실상 2인자로 분류된다. 정 회장 체제에서 초대 부회장에 오른 장 부회장이 기획조정담당을 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 회장이 1년 만에 완성차 담당과 기획조정본부 담당을 떼 낸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완성차 총괄인 장 부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라이다(LIDAR) 중심으로 미래차 비전을 그려왔지만, 2021년 송창현 전 AVP본부장 영입 이후 레이더와 카메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자율주행 실차를 내놓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기술 수준이 다소 뒤쳐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당장 내년에 페이스카(소량 생산 테스트 차량) 공개를 약속한 상태에서 송 전 사장이 퇴진하면서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에 장 부회장은 AVP본부와 포티투닷 임직원에게 서신을 보내 "기존 프로젝트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내부 동요와 혼란을 다잡는 동시에 장 부회장이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고관세 부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이 맞물린 상황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재무적 역량이 뛰어난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효과적으로 곳간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서 사장은 장 부회장과 함께 '실무 2톱' 체제를 그리면서 정 회장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대대로 현대차그룹 기조실장에 오너일가의 최측근이 발탁됐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인다. 정 회장을 대신해 전적으로 실무를 책임지면서 장 부회장과 합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맻 핵심기술 경쟁력 강화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또 기존의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불확실성과 공급망 리스크 해소에 기여한 리더를 승진시키고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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