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오성첨단소재가 에코볼트 등 자회사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화일약품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오성첨단소재 오너인 조경숙 회장이 2세 승계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나온 지배구조 변화라 주목된다.
이번 거래로 오성첨단소재가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자회사를 지원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화일약품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오너 2세 승계 측면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됐다는 관측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화일약품'은 지난 11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화일약품 최대주주였던 금호에이치티 지분(10.25%)과 2대주주 에코볼트 지분(7.5%)을 오성첨단소재가 매입하는 거래다.
오성첨단소재는 화일약품 주식 1471만7663주를 265억원에 양수한다. 이를 통해 오성첨단소재는 화일약품 지분 23.6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다. 기존 최대주주인 금호에이치티는 2대주주(11.1%)로 내려앉는다. 에코볼트는 보유 지분 전량을 오성첨단소재에 넘기게 된다. 잔금지급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이번 딜은 주당 1800원에 거래됐다. 계약체결 전날인 지난 10일 종가가 1142원인 점을 감안하면 오성첨단소재가 상당히 후한 가격으로 사줬다는 평가다.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산했을 때 57.62%의 '웃돈'을 지급했다. 취득 후 지분율이 23.64%인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거래로 금호에이치티는 15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에코볼트는 112억원의 현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특히 에코볼트가 수익성 부진과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에코볼트는 적자 지속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내고 있다. 올해 1분기도 마이너스다. 금호에이치티도 들쭉날쭉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오성첨단소재가 후한 웃돈을 지급해 이들의 지분을 매입해줌으로써 재정적인 지원을 한 셈이다.
이번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관련 지배구조는 '오성첨단소재→에코볼트→금호에이치티→화일약품'에서 '오성첨단소재→화일약품'으로 단순화된다.
오성첨단소재가 화일약품을 자회사로 전진 배치 시킨 것은 향후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과를 긍정적으로 본 데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성첨단소재 최정점에 있는 조경숙 회장은 화일약품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사가 내린 결정인 셈이다.
오성첨단소재는 화일약품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에 대해 성장 가능성을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오성첨단소재 관계자는 "오성이 자회사(카나비스메디칼)을 통해 의료용 대마사업을 하고 있는데 화일약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화일약품의 미래가치를 보고 지분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간 의료용 대마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규제 완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도 개최됐다. 화일약품은 지난 2021년 카나비스메티칼 지분(49.15%)을 확보하면서 의료용 대마 관련주로 분류돼 있기도 하다.
향후 의료용 대마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화일약품의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곧 모회사인 오성첨단소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며 결국 2세 승계 과정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화일약품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기존 증손회사일 때보다 자회사일 때 보다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전반적으로 2세 승계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화일약품을 자회사로 전진 배치해 승계 행보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성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이스트비건디 및 폴라버텍스인데, 폴라버텍스 최대주주는 조경숙 회장의 딸인 김유정 씨(지분 40%)다. 폴라버텍스는 올해 오성첨단소재의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이 상승, 그룹 영향력이 높아진 상태다.
오성첨단소재는 자회사 에코볼트와 손자회사 금호에이치티 지분도 올해 지속 매입하며 전방위적으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오성첨단소재는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오성첨단소재는 7월부터 한 달간 화일약품 지분도 추가로 약 200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오성첨단소재 관계자는 "미래 투자 측면에서 이번 거래가 이뤄졌다"며 "승계와 관련한 부분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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