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올해 6월까지인 기업공개(IPO) 시점을 미루는 대신 대규모 유상증자로 재무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자금 창구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업 안정화를 이루지 못한 데다, 현 시점에서 정 회장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효과도 크지 않다 보니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인수 당시 4년내 상장 약속…소프트뱅크 풋옵션 물량 인수 가능성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을 당장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60%를 8095억원에 인수할 당시 4년 이내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언급한 것과 달리 보스턴다이내믹스 IPO를 위한 사전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나스닥 상장 절차는 한국과는 차이를 가진다. 국내의 경우 공모가 희망 범위를 정한 뒤 수요예측을 거치지만, 미국의 경우 주요 투자자들이 협의를 통해 책정한 공모 범위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증권신고서 작성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연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예컨대 이승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올 2월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와 관련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현 시점에서 검토된 내용이 없으며, 빠른 시일 내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대로 된 기업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은 시점에서 상장을 강행하기보다, 소프트뱅크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에 따라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나스닥은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지만, 수익성 여부가 주가 향방을 가른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로 편입된 이후 ▲2021년 -1100억원 ▲2022년 -2540억원 ▲2023년 -3360억원 ▲2024년 4410억원으로 매년 순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만큼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에 따른 손실 누적이 불가피하다.
◆ 올 2분기 유상증자 전망…IPO 더딘 대신 펀더멘탈 강화
보스턴보이내믹스는 1992년 메사추세츠공대 사내 벤처로 출범했으며, 2013년 구글을 거쳐 2017년 소프트뱅크로 인수됐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2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했으며, 이듬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3사가 주축이 돼 주식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사재 2879억원을 털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취득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매년 보스턴다이내믹스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2분기 기준 116%에 달하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부채비율은 그해 3분기 66%로 줄었고, 2023년 1분기 94%이던 부채비율은 1개 분기 만에 62%로 낮아졌다. 또 지난해 1분기 575%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은 곧바로 27% 수준으로 급감했다. 총 3번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는 동안 정 회장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은 20.66%→21.27%→21.89%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보스턴다이내믹스로 현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이 올 1분기 말 기준 위험 수준인 479%에 도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약 4000억~5000억원 수준의 금액을 증자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가 지배하는 HMG 글로벌이 지난 1분기에 4500억원 상당의 현금을 이미 마련해 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 회장이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업계는 정 회장이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 주식을 모두 넘겨 받는데 필요한 현금만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 중인데,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유상증자(주당 13만8500원)로 추정한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5조9000억원 상당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배경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 제고가 깔려있다. 예컨대 정 회장은 올 3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2028년까지 2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이 가운데 63억달러(9조2000억원)가 집행되는 미래산업 부문의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지능형 로봇 개발의 역량 강화가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 작업은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펀더멘탈(기초체력) 강화가 기대된다.
송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중으로 아틀라스를 현대차그룹의 공장에 투입해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성능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간 아틀라스를 포함한 수만대의 로봇을 구입할 계획인데, 아틀라스 상용화 시기가 다가올수록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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