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금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 변화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의 경우 최근 2년간 물가수익률 및 정기예금 금리를 웃돈 실적을 거두었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2.9% 증가했다.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제도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214조6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 118조4000억원, 개인형IRP 98조7000억원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DC와 IRP 비중은 지난해 각각 27.4%, 22.9%를 차지해 이전 대비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운용방법별로는 원리금보장형(대기성자금 포함) 356조5000억원, 실적배당형 7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이 전체의 82.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DC와 IRP를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운용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세부 투자내역을 보면 펀드의 경우 TDF(타킷데이트펀드)가 퇴직연금 내 주력 상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투자비중의 확대되고 있는 ETF의 경우 국내시장보다는 주로 미국 주식시장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집중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4.77%로 전년(5.26%) 대비 다소 하향됐다. 다만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2.86%, 2.31%로 양호한 수준이다. 운용방법별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이 3.67%, 실적배당형이 9.96%로 나타났다.
제도별 수익률은 ▲DB 4.04% ▲DC 5.18% ▲IRP 5.86%로 운용주체가 회사가 아닌 개인이고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제도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시현했다.
권역별 수익률의 경우 DC와 IRP(합산기준)를 기준으로 은행 및 보험 권역은 4% 이하 수익률 구간에 대부분(은행 84.7%, 보험 77.6%) 몰렸다. 반면 증권 권역은 고르게 분포된 가운데 연간 수익률이 10%를 초과하는 비율도 31.7%에 달하는 등 여타 권역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을 개시(만 55세 이상)한 계좌는 57만3000좌로 집계됐다. 이중 수령방법을 일시금 대신 장기간 연금수령 방식으로 선택한 비율은 13.0%(7만4000좌)로 전년(10.4%)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 수령금액 19조2000억원 중 57.0%에 해당하는 10조9000억원이 연금수령에 해당됐다. 계좌당 연금 수령액은 1억4694만원, 계좌당 일시금 수령액은 1654만원으로 적립금이 적을수록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형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 전체 가입자의 퇴직연금 수익률 중간값은 3.2%, 평균값은 4.77%로 집계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가입자는 2~4%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DB는 가입자(사업장 기준)의 85.3%, DC와 IRP는 각각 67.2%와 53.7%가 이 구간에 해당했다.
각 권역별 주요회사의 수익률 기준 상위 10% 가입자의 경우 실적배당형의 비중이 권역 평균대비 3배 이상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의 IRP 상위 가입자의 경우 각각 84%, 92% 등 대부분의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했다.

금융당국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퇴직연금 관련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우선 투자에 익숙지 않거나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가입자의 경우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퇴직연금사업자가 직접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여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가입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로 보유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도 개시했다.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RA)'를 개발·이용해 투자자문업을 영위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를 혁신사업자로 지정하여 퇴직연금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투자일임(IRP 한정)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가입자들은 윤택한 노후 준비를 위해 안정성과 함께 수익률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과거대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추세"라며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원하는 가입자들은 위 제도들을 이용할 수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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