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둘러싼 소송전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조사의 1차 결론일이 미뤄진 데다 새로운 소송까지 추가되면서다.
양사 모두 OLED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소송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BOE 간 관계를 고려했을 때, 소송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유리한 방향을 도출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진행한 영업비밀침해 조사의 1차 결론(예비 결정) 공개일을 오는 19일로 연기했다. ITC는 당초 예비 결정 결과를 지난달 30일 공개하기로 했지만, 해당 사건 내 미해결 사안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일을 연장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0월 ITC에 BOE를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조사를 신청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협력사 '톱텍'을 통해 OLED 모듈 및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ITC는 조사에 착수하고, 올해 1월 예비 결정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 발표 일정은 네 차례나 미뤄졌다. ITC 분쟁에서는 행정판사가 예비 결정을 내리고 약 4개월 뒤 ITC 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도출하는데, 일반적으로 예비 결정이 최종 결론으로 이어진다.
예비 결정 연기에 더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소송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갤럭시 Z폴드의 언더패널카메라(UPC)에 활용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 총 5건의 특허침해 및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중 4건은 올해 4월 제소한 건이다. 텍사스동부연방법원은 특허 소송의 진행이 빠르고 원고 승소율이 높아 관련 소송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ITC는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등 미국 수입·도매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조사에서 BOE와 미국 업체들이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업비밀침해는 조금 다른 문제지만,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이 이미 인정된 만큼, 유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BOE 간 관계를 고려했을 때 양사가 소송을 통해 서로 '주고 받을 것'을 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주력 TV 제품인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는 제조 과정에서 액정표시장치(LCD)를 활용하는데, LCD 매입처 다변화를 위해 BOE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LCD 주요 공급처 중 하나인 CSOT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을 인수한 이후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이를 견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V용 LCD 납품 업체 중 CSOT의 점유율은 23%로 가장 높은 반면, BOE는 3%에 그친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BOE에서 LCD를 구입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LCD를 살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이에 양사 모두 '기브 앤 테이크'를 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은 진행하고 있지만,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OLED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로선 소송에서 반드시 승소해야 할 이유도 존재한다. LCD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며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라 한국과 중국 업체 간 충돌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OLED는 상황이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다음 세대 기술이 뚜렷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OLED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에서는 한중 양국 업체 모두 치열하게 경쟁 중이며, 스마트폰, TV, 노트북 등으로 확대될 여지도 여전히 많다"며 "한국 기업은 OLED 이후의 기술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을 넘겨줄 수 없는 입장이고, 반면 중국 기업은 점유율을 뺏어와야 하는 처지다. 생존이 걸린 만큼 소송도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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