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제 21대 대통령 선거 각 당 후보들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관해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신중론을 펼치고 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법제화에 찬성하며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하는 공약을 내놨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은 2024년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수가 1825만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상자산 실이용자는 970만명으로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자산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김 후보는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가상자산 존재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정부기관 가상자산 투자 허가·금융회사 가상자산 직접 투자 허용 등을 약속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도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거래소 수수료 인하와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공약을 발표했다.
이준석 후보는 비트코인 ETF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해야 한다며 도입에 간접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관련 기술과 상품을 만드는 블록체인 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에 포함하지 않으며 약 1년6개월 간 거래를 공식 금지하고 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선물 ETF 해외 상품을 통해 간접 투자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가 미국에서 출시 1년 만에 금 ETF AUM(ETF 총 투자 자산 가치)을 넘어서는 등 급성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 구조에 잠재적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유입할 가능성이 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는 투자 편의성을 높이고 기관투자자 거래를 늘려 시장의 유동성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긍정적인 데 반해 이준석 후보는 '신중론'을 앞세우고 있어서다.
이재명 후보는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의 1:1 지급준비금 담보 방식을 통해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8일 "미국이 국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으로 가상자산시장을 점령하려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는 등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병덕 민주당 디지털자산위원장은 조만간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 후보는 가상자산 활성화를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산업 활성화 방점을 두어 구체적 발행보다는 제도적 틀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약을 밝히지 않아 실제 공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후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관해 완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불법 유통 방지 장치와 지급준비금 기준 등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이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논의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이용자 보호는 뒷전인 채 수익만 추구하는 프로젝트들이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익명 블록체인 프로젝트 '김스왑'은 'KRWO'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우회 발행하고 있다. 이 코인은 상품권(오픈바우처)을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원화를 1:1 연동해 이미 수억원 규모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해킹, 비밀번호 분실 등 문제 발생 시 원금을 되찾을 수 없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원화 수요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실물카드로 결제가 이뤄지며 국내 통화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홍콩계 핀테크 기업이 만든 '레돗페이'를 이용한 테더(USDT) 결제가 이뤄진 것.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시장에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임금을 받는 불법체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중앙 금융으로부터 배제돼 우회적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 임금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받을 수 있어 본국으로 직접 자금 송금이 가능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성행하면 국내 통화정책 약화·원화 수요 감소·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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