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퍼시스그룹이 최종적으로 승계작업을 추진할 적기를 맞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손동창 명예회장은 앞서 퍼시스와 일룸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양분시키고 아들인 손태희 사장에게 일룸을 맡기며 승계의 밑거름을 다졌다. 하지만 손 사장이 향후 온전히 그룹을 이양받기 위해선 퍼시스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승계를 완성하려면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마침 최근 일룸의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승계를 위한 퍼시스와의 합병 등 개편작업이 보다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퍼시스그룹은 1983년 설립된 '한샘공업주식회사'가 모태다. 손 명예회장은 1976년 한샘에 가구디자이너로 입사해 가구업계에 발을 들였고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한샘공업은 1990년대 사무용 가구에 대한 수요를 타고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1994년 가정용 가구 브랜드 일룸과 의자 전문브랜드 씨템(현 시디즈)을 론칭하며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퍼시스는 사무가구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업계 1위로 군림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에 특이점이 발생한 것은 2007년부터다. 이는 퍼시스홀딩스(당시 일룸)가 생활가구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일룸을 설립한 시점이다. 이후 일룸은 2013년 양영일 전 퍼시스 부회장의 지분(32.82%)과 이종태 씨의 지분(0.37%)를 자사주로 111억원에 취득하고 2016년 퍼시스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45.84%를 75억원에 매입해 모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냈다.
그 사이 손 명예회장은 2015년 자신의 일룸 지분을 손 사장(13.7%)과 장녀 손희령(5.2%)에 양도했다. 그리고 이듬해 일룸이 퍼시스홀딩스로부터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서 '오너 2세'의 지분율은 각각 손 사장 29.11%, 손희령 5.2%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일룸의 자사주가 61.29%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 사장은 사실상 회사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셈이다.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가 최종적으로 정립된 것은 2017년 퍼시스홀딩스가 팀스(현 시디즈) 지분을 일룸에 양도하면서다. 이듬해 팀스는 퍼시스홀딩스의 '의자 제조 및 유통사업'을 양수하면서 사명을 시디즈로 변경했다. 이에 그룹의 지배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 손 명예회장이 지분 80.51%을 보유한 퍼시스홀딩스와 손 사장이 지분 29.11%를 보유한 일룸으로 양분된 형태로 정립됐다.
다만 오너 2세로의 온전한 승계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1948년생인 손 명예회장이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아들에게 힘을 실어준 지 8년이 지났지만 손 사장의 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반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손 사장은 그룹의 또 다른 축인 퍼시스의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작년 기준 일룸의 연간 배당금은 30억원대에 불과한 탓에 손 명예회장의 지분을 직접 증여받기에는 부담이 크다. 실제 상속증여세점 시행령 제54조에 의거한 현재 퍼시스홀딩스의 기업가치는 2774억원에 달한다. 또한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80.51%)의 가치는 2233억원, 최대주주 할증이 더해진 증여세(50%)는 11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에서 예상하는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는 '일룸과 퍼시스홀딩스의 합병'이다. 일룸이 퍼시스홀딩스를 합병하고 상장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으로 올라설 수 있고 손 사장도 최대주주로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일룸의 기업가치가 퍼시스홀딩스보다 높아질수록 손 사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그려진다.
마침 일각에서는 지금이 퍼시스그룹 승계작업에 마침표를 찍을 적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룸과 퍼시스의 실적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룸의 경우 연결기준 매출이 2018년 2224억원에서 2024년 6012억원으로 급등하며 매년 18.03%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퍼시스는 2018년 3157억원에서 지난해 3857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3.39%에 그쳤다. 이는 일룸이 앞선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시디즈를 연결편입하고 자회사 '바로스'를 통해 그룹 가구배송 업무를 처리한 것이 주효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퍼시스그룹은 그동안 손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을 키우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일룸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현 시점이 승계를 마무리 지을 적기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퍼시스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승계와 관련된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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