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이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후 첫 이사회를 개최했다. 정기주총이 끝난 지 3주만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측 인사 4명과 고려아연 측 11명이 처음 대면한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장형진 영풍 고문만 이름이 올라 유일하게 고려아연의 의사결정에 참여했으나 MBK파트너스·영풍 측 인사 3명이 신규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내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인사 간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영권 방어 중인 고려아연은 이사회 장악력 유지에 주력하는 한편 MBK파트너스·영풍은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16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개별 이사의 구체적인 보수 금액 및 지급 기준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28일 정기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의결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통상 기업은 정기주총 이후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주총에서 결정된 신임 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사업 전략 및 방향성을 논의한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달 28일 정기주총을 연지 3주만이다. 원래 지난주 이사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논의 안건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일정이 더 늦어졌다.
고려아연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사 8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이사는 11명(직무정지 4명 제외)대 4명으로 재편됐다. 고려아연 측은 ▲최윤범 ▲정태웅 ▲박기덕 ▲김도현 ▲황덕만 ▲권순범 ▲이민호 ▲김보영 ▲제인스 앤드루 머피 ▲정다미 ▲서대원 등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장형진 ▲김광일 ▲강성두 ▲권광석 4명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원래 신규 이사 선임에 따른 이사진 역할과 사업 전략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측 인사 3명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한 후 열린 첫 대면이다 보니 정기주총 관련 구체적 내용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에 대한 갈등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결정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당장은 고려아연과의 신경전보다 홈플러스 관련 여론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소강상태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의 과반을 확보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측 인사도 4명으로 늘었기 때문에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달 초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가 갈등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기이사회에선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다루지 못했던 정기주총 의결 안건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상호주 제한'으로 영풍의 손발을 묶은 채, 정기주총에서 이사수 19인 상한 설정 안건을 통과시킨 만큼 양측의 의견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는데 집중할 전망"이라며 "정기주총은 끝났지만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견제와 여러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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