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이 박기덕 사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했다. 지난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 박 사장은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지 한 달 반 만에 다시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더불어 고려아연은 이사회 새 의장으로 황덕남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주도권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기주총을 통해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 3인이 이사회에 신규 진입하면서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기존 구성원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한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 4인이 박 사장의 대표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지는 등 경영진 견제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1분기 정기 이사회를 열고 박 사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3월 정기주총을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박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당초 지난달에도 임시 이사회가 열렸으나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주총 이후 대표 재선임까지 한 달 반가량 소요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 4명과 최윤범 회장 측 11명으로 구성된다. 직무집행이 정지된 4명은 제외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는 장형진 고문 1명뿐이었으나 지난 정기주총에서 3명이 추가됐다. 장 고문과 MBK파트너스·영풍 측 신임 이사 3명은 이날 처음으로 고려아연 정기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박 사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박 사장 재선임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될 수 밖에 없었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인 황덕남 변호사로 선임했다. 고려아연은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가결했다. 앞서 1월 임시주총에서 같은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으나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효력이 정지된 바 있다. 고려아연은 황 신임 의장에 대해 "서울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내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법률 분야에서 약 40년간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로 소개했다.
당분간은 고려아연 측이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측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은 지난달 23일 고려아연 본사와 경영진 주거지 등 11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MBK파트너스 역시 사업리스크를 안고 있다. 검찰은 고려아연 본사를 압수수색한 후 MBK파트너스와 영풍 본사 등 사무실 5곳과 경영진 주거지 7곳도 압수수색했다.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정거래를 한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업계에선 양측의 '불편한 동거'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총 4명이 이사회에 진입한 만큼 현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지난해 취득한 자기주식(자사주)을 약속대로 올해 안에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소각 대상은 자사주 204만30주로 전체 발행주식 2070만3283주의 9.85%에 해당한다.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6월과 9월, 12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사주 전량 소각을 비롯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고려아연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주주와 투자자, 시장에 한 약속을 차질없이 실천해 나가고 있다"며 "경영성과와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모범기업이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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