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카카오의 다음(Daum) 분사는 사실상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직접 다음을 둘러싼 의문들을 일축했음에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간 카카오의 '사내독립기업(CIC)史'를 봤을 때, 분사된 다음의 앞날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간 카카오의 CIC 분리는 사업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시험대였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4개 사업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시켰다. ▲AI Lab ▲디지털헬스케어 ▲커머스 ▲다음 순이다. 이 중 AI Lab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디지털헬스케어는 카카오헬스케어로 분사됐다. 커머스의 경우 분리-흡수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현재는 톡비즈 산하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다음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분사야말로 다음에게 주어진 '찐'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목적으로 2014년 다음과 합병했으나 이렇다 할 기회를 찾지 못한 탓이다. 2023년 콘텐츠 CIC 출범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재 카카오는 AI, 카카오톡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계열사 수를 147개(2023년 5월 기준)에서 115개로 줄였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 매각설은 콘텐츠CIC 분리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그 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배재현 당시 카카오 투자 총괄대표가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정리할 계획이라 밝힌 점이 불을 지폈다. 이번에는 지난 13일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콘텐츠CIC의 분사 계획과 함께 '지분 매각'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카카오 측은 과거엔 "분사나 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이번엔 "매각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다음 매각에 관한 업계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카카오가 B2C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이용자 데이터와 관련된 사업을 접을 수 없을 것이란 견해와, 매수자가 나타날 지 의문이라는 견해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사가 되면 매출이 안 나올 회사가 될텐데 솔직히 말해 매수자가 나타날 거 같진 않다"며 "사실상 독립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지난 19일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열린 노조 기자회견에서 "지분 매각을 강화한다는 말 자체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발언이라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그동안 카카오는 그동안 사모펀드에게 매각해오는 형태를 진행했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펀딩을 통한 매수자는 분명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사업계획은 기업 방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다만 카카오의 분사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도 딸려왔다는 점이 지적된다. 앞서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2023년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기존 정원(약 1100명)의 3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각이 결정된 카카오VX는 지난 2년 간 200명 이상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에 이어 추가적인 권고사직과 전 직원 연봉동결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분사 일정 등 세부적인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며 "인력 조정 등의 내용이 확정된다면 이사회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크루들의 선택을 존중해 카카오에 남기를 원하는 인력은 다른 사업부에서 업무를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부족한 인력은 콘텐츠CIC에서 새롭게 충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기 이사회에서 결정될 지, 임시 이사회를 열지는 아직 미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정 대표도 직접 다음 매각설과 구조조정에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에게 "다음은 독립적인 서비스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이라며 "카카오 내부에서는 성장에 제약이 있어 자율적 실험과 독립 경영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된 자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조조정 없이 인력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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