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차기 행장 후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와 더불어 각종 금융사고의 온상지로 고객 신뢰가 크게 실추된 만큼 차기 행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 잡고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외부 영입보다 내부 발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차기 행장은 현 부행장단 중 한 명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은행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과 인사 담당 부행장 등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2일 정례 이사회를 열고 조병규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가운데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등 손 전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의 여파가 커지면서 사실상 연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행장은 부당대출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았지만 대출 실행 이후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피의자 신분에 올랐다.
조 행장이 올해 말 만료되는 임기만 수행하고 물러나게 되면서 차기 행장 후보 선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장 후보가 이번주 중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별도의 롱리스트나 숏리스트 발표 없이 바로 최종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 영입 보다 내부 출신 발탁 가능성↑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차기 행장으로 내부 출신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달아 적발된 데 이어 손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사건까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의 강도 높은 검사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 등 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은행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업에서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횡령과 부당대출 사고는 고객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영업점 등 현장 임직원들의 피로감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차기 행장이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빠르게 종식시키고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 수혈이 아닌 은행 내부 출신으로 차기 행장을 발탁하는 것이 내실을 다지고 안정을 도모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시선은 은행 부행장단으로 쏠리고 있다. 은행장 내부 발탁 시 현재 은행의 살림을 실질적으로 꾸리고 있는 부행장 중에서 차기 행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유도현‧이명수 부행장 '깜짝' 후보 등장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은행의 전략과 인사를 담당하는 유도현 부행장, 이명수 부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될 가능성이 큰 인물로 분류하고 있다. 은행 외 계열사 사장이 은행장으로 오는 그림은 상당히 가능성이 작게 점쳐진다. 현재 은행 사정을 고려했을 때 은행 현직에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부행장이 행장 후보로 오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유 부행장과 이 부행장은 모두 1968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기존 은행 체제에서 금융사고 등이 반복해서 이뤄진 만큼 쇄신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두 부행장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차기 행장이 빠른 시일 내 내실을 다지고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이를 위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현직 부행장 중에서도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 등 두 부문장과, 전략기획과 인사를 맡고 있는 부행장들의 후보 추천 가능성이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유 부행장은 현재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은행 비서실 실장직무대리와 런던지점 본부장 등을 거쳤다. 주목할 점은 상업은행 출신이지만 역대 은행장들이 출신과 무관하게 중임을 맡겼다는 점이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전 행장 시절에 비서실장을 맡았고, 한일은행 출신인 이원덕 전 행장 시절에 CFO로 올랐다. 경영기획그룹장이 내부회계관리는 물론 전략기획, 재무관리 역할을 병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행장 시절부터 조 행장 체제에서까지 은행 전략과 재무 분야를 통솔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 부행장이 전략과 재무 등 은행 경영에 정통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계파갈등이 극심한 우리은행 내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은행장 출신과 무관하게 중요 보직을 지속해서 맡은 데다, CEO가 바뀌면 CFO도 바뀐다는 속설에도 조 행장 체제서 CFO 임무를 지속하고 있는 점에서 유 부행장의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고 그룹 영업전략과 재무건전성 관리, 주주환원 방향성을 설정한 만큼 이를 진두지휘한 유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발탁될 경우 경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명수 HR그룹장도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 인사부 본부장을 거쳐 HR그룹장에 재임하고 있는 인사통이다. 경영지원그룹 본부장도 역임해 내부 살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내부 임직원 면면과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부행장이 은행 안정화 측면에서 역할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동부영업본부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만큼 백오피스와 영업 양쪽에서 두루 경험치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란 점에서 양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 오던 관행이 유지되느냐도 관심사다. 조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으로 기계적 균형이 이뤄진다면 차기 행장 후보는 한일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이 부행장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영업 양대 축 김범석·기동호 '물망'
우리은행의 부행장 중에서도 부문장은 두 명뿐이다. 김범석 국내영업부문장과 기동호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주인공이다. 사실상 은행 영업의 두 핵심축이며 경영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두 부문을 맡고 있는 부행장들은 매번 은행장 교체 시기마다 차기 행장 주요 후보로 거론돼 왔다.
김범석 부행장은 지난 8월 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조 행장을 대신해 참석하기도 했다. 행장 대리 자격으로 중요 행사에 참석함으로써 은행 내 2인자의 위상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부행장은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임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부행장보로 승진, 같은 해 12월 부문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국내영업부문장을 맡고 있지만 대기업심사부 본부장을 지낸 만큼 기업금융에도 잔뼈가 굵다는 평가다. 또 부동산금융그룹 집행부행장보를 거친 만큼 투자금융 영역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생으로 조 행장보다 한 살 어리다.
기동호 부문장은 우리은행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업금융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은행 경력의 대부분이 기업금융과 IB 위주라는 점이 특징이다. IB업계에서도 정통 IB맨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임 회장이 취임 후 영업력을 인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영업력만으로는 대체 불가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 내 유일한 평화은행 출신 부행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이 전신이며, 이후 한빛은행이 평화은행을 흡수한 바 있다. 한빛은행 출신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아 비주류로 인식됐다. 임 회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계파갈등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만큼 평화은행 출신인 기 부행장의 깜짝 인사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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