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거세진 강달러 압력에 은행권에서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395.10원을 기록했다. 지난 12일부터 1400원대 랠리를 지속하던 환율은 이날 4일 만에 1300원대로 내려왔다.
금융지주사들은 환율이 자본비율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 시 환율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는데, 환율이 오르면 보유 외화자산과 해외법인 자산, 지분투자액 등의 평가 가치가 달라지면서 실적에 영향을 끼친다.
자본비율도 마찬가지다.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란 것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대출 평가액 증가는 곧 RWA 증가로 이어진다. 적극적으로 RWA 관리에 나서야 하는 은행으로선 환율 상승 국면이 달갑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화대출과 마찬가지로 외화대출 역시 차주의 신용등급과 담보 등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달라지지만 위험가중자산 산정 시 원화로 환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율이 오르면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나는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별 변동폭은 다소 차이가 있다. 원·달러 환율 10원당 CET1비율 변화 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금융지주로 약 3bp(1bp=0.01%)에 달하고 하나금융지주 약 2bp, KB금융지주 약 1bp, 신한금융지주 약 0.8bp로 추산된다.
금융지주들이 최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목표 총주주환원율 달성을 위해 CET1비율(자본적정성)과 ROE(수익성) 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환율 상승 국면은 목표 CET1비율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1380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은 3분기 들어서면서 미국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1320원~1330원대 수준까지 하락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결정된 이후 환율은 곧바로 1400원을 터치했다.
트럼프 재선 성공과 더불어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이 달러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공약에 따라 감세를 비롯한 미국 재정지출, 성장 우위 및 금리 상승 현상 우려가 외환시장에 반영된 탓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고, 15일에는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며 환율 움직임에 변동성을 더했다.
만약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 1400원대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4분기 금융지주별 CET1비율 하락폭은 단순 계산으로 적게는 6bp 수준에서 많게는 24bp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목표 CET1비율 달성을 위해 RWA 관리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환율 상승이 자본비율 제고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긴 하지만 RWA 축소와 RoRWA(위험가중자산수익률) 중심의 성장 전략 등의 방안을 통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자본비율 손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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