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까지 올렸다. MBK파트너스·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공개매수 청약이 14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은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싣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회심의 카드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종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6만원 올렸다. 4일부터 시작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기한은 23일까지다.
이번 공개매수 가격 인상과 함께 매수 물량은 기존 320만9009주(15.5%)에서 362만3075주(17.5%)로 늘렸다. 여기에 연합군인 베인캐피털의 매입 물량(51만7582주, 2.5%)까지 더하면 공개매수 매입주식은 기존 18%에서 20%로 확대된다.
고려아연 측은 "실질 유통물량을 사실상 전부 매입하기 때문에 주주와 투자자들은 공개매수 이후 주가 하락 등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갖지 않는다며 "안심하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간 '쩐(錢)의 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경영권을 수성하기 위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하며 5611억원(21.1%)을 추가로 베팅했다. 공개매수 가격 상향과 함께 물량도 늘린 영향으로 취득 예정금액이 2조6634억원에서 3조2245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베인캐피탈 자금 4606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같은날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씨 일가 3인이 출자한 제리코파트너스도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렸다. 최씨 일가가 투입할 자금도 1181억원에서 1378억원으로 197억원 증가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위해 총 5808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게 된다.
이처럼 자금조달의 부담이 상당해진 만큼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상향은 마지막 회심의 카드로 읽힌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지난 9일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각각 83만원, 3만원에서 더 이상 인상하지 않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내놓은 승부수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14일이다. 고려아연 측 매수기한보다 일찍 끝나기에 상대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도록 가격 메리트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14일로 종료되기에 고려아연 측도 추가로 가격을 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먼저 종료되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청약 결과를 지켜봐야 경영권 분쟁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한 것을 두고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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