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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2000억 규모 EB 발행 검토 왜
박민규 기자
2024.09.19 06:00:28
배당 재원 충당, 한국조선해양 지분 확대 등 거론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5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HD현대)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HD현대가 전력 기기 사업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담보로 2000~25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연초 대비 주가가 약 300% 급등한 성장주를 기초자산 삼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으로 배당 재원 확보, 한국조선해양 지배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관측 중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활용한 EB 발행을 위해 NH투자증권 등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이사회는 이르면 내달 개최될 전망이며, 3분기 실적 보고 때 EB 발행 안건도 함께 처리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IB 업계의 전언이다.


HD현대가 보유한 HD현대일렉트릭 주식수는 올 6월말 기준 1341만7067주(지분율 37.22%)며, 12일 종가기준으로 3조8909억원에 달한다. EB를 2500억원어치 발행해도 HD현대일렉트릭 지분을 2.39%만 내놓으면 되는 셈이다.


시장에선 HD현대의 EB 발행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배당 재원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HD현대오일뱅크가 실적 악화로 배당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만큼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활용하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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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HD현대가 지난해 실적을 바탕삼아 올해 지급받은 배당금은 254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0억원이나 줄었다.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이 같은 기간 1917억원으로 2629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중간배당금으로 600억원을 책정해 지난해보다 25.1%나 줄였다.


시장 한 관계자는 "핵심 배당원인 HD현대오일뱅크가 실적 악화로 배당 규모를 줄이고 있어 HD현대의 배당 재원 역시 부족해지고 있다"며 "HD현대 경우 현재로선 만기가 임박한 차입금이나 지주사 차원의 굵직한 투자, 계열 지원 이슈가 없는 상황이니 만큼 배당 재원 마련을 위해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활용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단순 유동성 확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B의 경우 통상 면(최초)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모두 제로(0)인 경우가 많다. 즉 신용등급과 별개로 회사채 발행 시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EB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지난 8개월 동안 주가 상승률이 300%에 달해 매력도가 높아진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일부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HD현대의 EB 발행 검토는 증권사 등의 제안으로 시작됐을 수도 있다"며 "잘나가는 상장사 지분을 활용하는 자금 조달을 권유하는 영업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HD현대로선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 변동성을 고려해 우량주 대우를 받을 때 주식가치를 인정받고자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HD현대가 EB 발행을 통해 확보할 실탄은 KCC가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매도할 경우 되사오는 용도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KCC가 실리콘 자회사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의 상장 불발로 촉발된 차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HD한국조선해양 주식(총 276만여 주, 지분율 3.91%) 처분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CC가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 주식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4748억원에 달한다. 현대그룹을 제외한 범(凡)현대가의 교류는 여전히 활발한 만큼, 시장에서는 KCC와 HD현대 간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게 목표"라며 "조선업 호황에 따라 고성장이 기대되는 데다 배당 개시가 기정사실화 된 계열사로, HD현대 입장에서는 계열사와 연동한 기업 가치 제고도 노릴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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