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차장] 국민연금 고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개편안을 논의하고, 기금 운용을 맡은 이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나는 괜찮을까? 퇴직 후 연금을 무사히 받을 수 있을까' 노후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수익률에 목마른 연기금이 선택한 유망 자산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노트북을 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국민연금은 현재의 자산 운용현황을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5년 단위 중기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실행한다. 기금규모 증가에 대비 수익성·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물경제, 금융시장 등에 대한 중기 전망을 고려해 5년 후의 목표수익률과 위험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한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그렇게 적혀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 기금 투자현황과 운용계획을 살펴봤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해외주식이었다.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금액은 390조800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34.1%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 투자가 66.7%를 차지했으며, 이어 유럽(18.3%), 아시아(8.2%), 일본(4.3%) 등이 투자 리스트에 올랐다.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한 자산은 국내채권(330조5000억원, 28.8%)이었다. 국내주식은 세 번째로, 투자 규모는 158조7000억원, 전제 투자자산 중 13.8%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해외채권과 각종 대체투자가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지금보다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해외주식을 더 살 계획이다. 국내주식은 비중을 줄인다. 국민연금은 올해 금융부문 자산 중 국내 주식은 작년 15.9%에서 연말까지 15.4%로, 0.5%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30.3%에서 33.0%로 2.7%포인트 높일 예정이다.
현재 투자금액의 비중 자체도 해외주식이 국내보다 2배가량 많은데, 향후 계획도 해외주식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세웠다.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연기금도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계속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국내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연기금도 국내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중요한 연기금에는 국내주식이 그리 매력적인, 혹은 가치있는 투자자산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에게 "밸류업 우수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연금도 이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같은 달 국민연금 기자설명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판단하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밸류업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실제 투자는 미미한 상황이다. 심지어 순매도를 보이는 곳들도 있다. 국내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국내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주식투자자 중에 그 이유와 의미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과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인수·합병, 소액주주와 이익나누기를 외면한 공개매수 등 국내주식의 비중을 줄여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정부도 국내증시의 진정한 밸류업을 이루길 원한다면 공허한 외침은 그만두고 상법부터 개정하자. 코스피지수가 어느새 2530선까지 밀렸다. 지금부터 해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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