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하이브는 기존에 발행한 4000억원의 3회차 전환사채(CB)를 만기 5년을 채우지 않고 동일한 규모의 4회 CB 발행으로 차환을 추진하고 있다. 발행 당시 40만원 안팎을 기록하던 회사의 주가가 3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져 대규모 조기상환(풋옵션) 청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표면금리와 만기이자율이 모두 연 0%인 소위 '빵빵채권'이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투자사에게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약속한 셈인데 하이브의 주가는 발행 후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이브가 발행한 4000억 규모 3회차 사모CB의 1차 조기상환 청구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0월 7일까지다. 투자자들은 이날 조기상환을 청구하면 한 달 뒤인 11월 5일 신청한 금액 100%를 상환 받을 수 있다. 2~4차 조기상환 청구일은 ▲2025년 3월 6일 ▲2025년 9월 6일 ▲2026년 3월 6일 등이며 한 달 동안 청구 가능하다. 조기상환 청구 마감 후 1개월 뒤 상환이 이뤄지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 하이브 주가 믿고 5년 만기 무이자 대출
하이브의 3회차 CB는 미래에셋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2021년 11월 5일 발행 당시 2400억원을 인수 후 재매각(셀다운)했고 1500억원을 회사가 보유 중이다. 나머지 100억원은 한성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이사가 인수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하이브의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가수 손담비와 걸그룹 에프터스쿨, 보이그룹 세븐틴 등을 기획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미래에셋증권은 하이브의 CB를 인수하며 사실상 4000억원을 5년 만기 무이자 대출로 하이브에 제공한 셈이다.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연예인들의 성공이 이어질 경우 회사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CB의 만기는 2021년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약 5년으로 설정돼 있었다.
발행 1년 뒤인 2022년 11월 이후엔 하이브의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했는데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38만5500원으로 당시 기준주가 35만원에 110%를 적용한 것이었다. 리픽싱 조항이 없어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및 전환비율 조정이 불가능한 만큼 하이브와 미래에셋증권은 하이브 주가 상승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은 BTS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에 등극해 세계적인 톱 아티스트로 입지를 다지는 등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 한 해였다"며 "당시 하이브 역시 멀티레이블을 구축한 뒤 안정화가 마무리되고 있던 시점이라 회사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3년만에 주가 반토막…악재 반복에 투자심리 악화
실제로 하이브의 주가는 CB 발행 이후에도 한동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1년 11월 5일 3회차 CB 발행 당시 주가는 38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2427억원으로 전년동기(7980억원) 대비 55.7% 오르며 11월 16일엔 41만4000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듬해 BTS 멤버들의 군입대 여부가 주목 받으며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2022년 10월 13일 회사의 주가는 10만9500원으로 3회차 CB 발행일 대비 71.4% 감소하며 장 마감했다. 나흘 뒤 하이브 측에서 BTS 멤버 진의 10월 말 입대를 확정하고 후배 아이돌 르세라핌과 뉴진스 등이 알려지며 주가는 회복하는 듯했지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실패, 멀티레이블 대표와의 분쟁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주가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이브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6만5600원까지 회복했지만 이에 할증률을 단순 적용한 전환가액(18만2160원)은 3회차 CB 발행일 당시 전환가액(38만5500원) 대비 52.7% 하락하며 초라한 수준이 됐다. 게다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하는 등 꾸준히 논란거리가 나오는 중이다. 주가가 떨어졌음에도 리픽싱 조항이 없어 기존 투자자들은 재빠른 조기상환 외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BTS 멤버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그룹의 완전체 복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이들이 내년에 돌아와 활동을 재개해도 여러 논란이 겹치며 주가가 원하는 수준으로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만기보다 2년 빠르게 4회차 CB 발행으로 기존 CB 차환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이브 측은 CB 발행과 관련해 답변을 아끼고 있다. 발행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풋옵션 청구가 얼마나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4회차 CB 발행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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