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A+'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도 공모채 시장과 '거리두기'를 지속할 모양새다.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곳간 상황이 넉넉한 데 더해, 증가하는 이익창출력과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인 삼성그룹의 기조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결과로 관측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달 3일 38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 2021년 3년 만기로 발행했던 회사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차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보유 현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만기도래 채무는 모두 보유 현금으로 상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상반기 말(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212억원가량 된다.

이 같은 상환 결정은 넉넉한 곳간 상황뿐 아니라 외형과 이익창출력이 크게 향상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결기준 매출 1조1569억원, 영업이익 4345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34%, 71% 증가했다. 인천 송도 1~3공장이 전체 가동되는 가운데, 대규모 수주에 따른 4공장 가동률이 증가한 데다 환율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 첫 데뷔한 이슈어다. 당시 30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5600억원의 주문이 몰리며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투심을 확인했다. 이 같은 수요에 결국 가산금리 역시 크게 낮아지며 시장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 3년물의 경우 -12bp(1bp=0.01% 포인트), 5년물의 경우 -43bp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하지만 이처럼 첫 데뷔전을 대흥행으로 마무리했음에도 이후 3년간 회사채 시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간 필요자금이 생기면 회사채 발행 대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했다. 지난 2022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서 임직원과 기존 주주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삼성그룹의 분위기도 이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같이 자금이 풍족한 계열사는 물론 배터리 투자가 급한 삼성SDI도 회사채 발행보다는 자체자금이나 은행 차입 활용해 필요자금을 마련하는 기조다. 삼성전자만 봐도 지난 2001년 하반기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전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삼성그룹의 회사채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7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SK그룹(5조6700억원)과 LG그룹(3조7700억원)에 비하면 한창 적은 수준이다. 그나마도 삼성증권(AA+)과 호텔신라(AA-)가 올해 상반기 내 각각 4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찍은 결과다.

IB 관계자는 "삼성그룹 측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계열사는 자금 소요가 있더라도 회사채 발행 등 공개적인 자금 조달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삼성그룹은 대체로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