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한진칼 사외이사 출신 2명을 이사회에 합류시킨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조원태 회장 측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적지 않은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총 7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내이사의 경우 ▲박병률 대표이사 ▲곽주호 인사재무본부장 ▲정훈식 운영본부장이고, 사외이사는 ▲이무일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 ▲정중원 KDI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이동명 법무법인 정세 고문변호사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다.
표면상 진에어는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를 잘 실천하고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인 만큼 이사회 독립성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아울러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투명성이 보장된 것으로 풀이된다.
◆ 3자연합 이사회 진입 저지 과정서 선임…3년 임기 채워
진에어 사외이사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소 의아한 인사들이 눈에 띈다. 이동명 변호사와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인데, 이들은 3년간 지주사 한진칼 사외이사를 맡았었다. 이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의정부지방법원장 등을 거쳤으며, 임 대표는 골드만삭스 서울리서치센터장과 삼성증권 법인사업본부장 전무, 한국투자증권 GIS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서 재직할 수 있는 임기는 최대 6년이며, 계열사를 포함하면 최대 9년까지 가능하다. 사외이사의 단순한 계열사 이동은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이 한진칼에서 근무한 시점이다. 이 변호사와 임 대표는 각각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진칼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석했는데,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현 조승연)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이른바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던 때다.
3자 연합이 공식적으로 조직된 것은 2020년 1월이다. 총 32%의 지분율을 확보한 3자 연합은 경영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이사회 장악부터 노렸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수 상한선에 대한 제한이 없던 만큼 총 4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조 회장 측도 3자 연합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총 5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선발했고 이 변호사와 임 대표가 후보군에 포함됐다. 두 사람은 찬반 투표를 거쳐 2020년 3월부터 3년 임기로 사외이사에 올랐다.
◆ 거대 이사회 축소 과정서 재선임 실패…보은성 계열사 이동?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변호사·임 대표가 한진칼 사외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한 점이다. 기업들이 사외이사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기 영입한 사외이사가 최대한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변호사·임 대표가 한진칼을 떠난 배경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결정이 주효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으로 인수 자금을 지원하면서 한진칼 경영 감시자를 자처했고, 그 대신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산은 측 사외이사 3인이 새롭게 한진칼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이사회 규모는 13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한진칼 규모에 비해 이사회가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외이사들의 주력 분야가 중복되는 터라 비용 낭비라는 점도 문제였다. 실제로 2022년 말 기준 한진칼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계 인사는 3명이었고, 재무·금융 전문가는 4명에 달했다. 산은이 사실상 조 회장 백기사로 분류된 만큼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결국 한진칼은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5인 가운데 이 변호사와 김 대표 2인을 연임시키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이 변호사·임 대표의 진에어 사외이사 선임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우군이 되어준 것에 대한 보은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두 사람이 넘겨 받은 진에어 사외이사 자리에 애초 법률·회계 전문가가 활동했던 만큼 시장 동의를 얻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변호사 전임 사외이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낸 황찬현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대표변호사이며, 임 대표 전임자는 남택호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였다.
이와 관련, 진에어 관계자는 "이 변호사와 임 대표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각 후보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임자로 판단해 추천했고, 정기주총을 거쳐 적법하게 선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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