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비은행 중심 금융지주들도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선안의 종착점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어, 제도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 금융지주에 국한됐던 규제가 비은행 금융지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성과보수 체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비은행 금융지주가 받는 직접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비은행 금융지주 임원들은 그동안 투자금융 중심 사업 구조 덕분에 은행 금융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보수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보수 공개 확대나 성과급 환수 제도 도입 등이 추진될 경우 보상 구조 전반에 대한 재조정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안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한 개선 방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금융당국은 일정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개선안 세부 내용에 대한 막판 조율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TF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은행연합회, 8대 은행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금융) 이사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당초 TF 논의는 은행권에 적용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면서 단순한 모범 규범 정비를 넘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 가능성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 개정이 추진될 경우 은행 금융지주뿐 아니라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같은 비은행 금융지주도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분야로는 임원 성과보수 체계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임원 보수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 정책을 주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와 금융사고 발생 시 관련 전·현직 임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 환수제(클로백)' 도입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과보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비은행 금융지주일수록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금융 중심 사업 구조 특성상 성과급 비중이 높은 보상 체계를 유지해 온 만큼 보수 체계 개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보수는 각각 약 57억원과 20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은행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김기홍 JB금융 회장(34억원)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17억5000만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10억원 미만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승계 관련 제도 역시 장기적으로 비은행 금융지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논의되는 개선안은 은행 금융지주 중심이지만, 관련 기준이 법제화될 경우 금융지주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직을 포함해 향후 은행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쉽지 않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개정 논의 과정에서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이사회 견제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어서다. 반면 비은행 금융지주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최근 5연임에 성공하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임으로 김 부회장의 임기는 15년으로 늘어났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오너 중심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은행 금융지주처럼 제도 변화(특별결의 적용)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54.63%,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1.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관련 규제가 법제화될 경우 오너 지분 구조와 별개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감독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은행 금융지주 역시 제도 변화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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