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최근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반사이익을 차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위탁개발생산(CDMO)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다른 국가 기업들의 거센 도전과 함께 향후 중국시장 진출 등을 고려한 정확한 상황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지시간 3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 한국관 개관 간담회에서 미국 바이오산업 현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기업들이 의회가 선정한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거래 제한 대상에는 중국 최대 CDMO 회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먼저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사업을 국가적 보안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2일 열린 세계바이오협회위원회(ICBA)에서도 생물보안법 아젠다를 매우 강하게 (다른 나라들에) 푸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사 연자 중에 전직 (군)장성 출신이 포함되는 등 미국 바이오산업의 안보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산업이 너무 정치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을 타깃화한 것은 명확해졌고 이제는 (바이오산업이)외교적인 문제가 됐다"며 "다만 인구수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 시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 사안에 대해 냉정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후지필름 등이 CDMO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후지필름이 최근 2~3년간 미국 바이오 CDMO 시설 확장을 위해 투자한 자금은 3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후지필름은 2021년 3월 북미 최대 세포배양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 지역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를 선정하고 20억달러를 투자해 8개의 2만리터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 4월에는 12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초기 투자 시설은 오는 2025년, 이번에 추가 투자한 시설은 2028년에 각각 가동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 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을 갖춘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 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며 "특히 후지필름이 너무 공격적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공장을 짓는 송도에 향후 전력 부족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핵심 아젠다로 삼았으면 그에 걸맞은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CDMO가 기반산업인 만큼 진정한 메가펀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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