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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눈물 닦아줄 자본시장 건전화는 언제
박기영 기자
2024.04.19 07:00:22
올해 첫 감사의견 거절 상장사 37사 시가총액 3조원 육박…기약없는 자산동결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0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구 황소상. 상승장(황소)이 하락장(곰)을 밀어내는 모습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제공=한국거래소)

[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XXXX(상장사) 감사의견 나와요?"


매년 3월 감사시즌이 되면 일상적으로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올해에도 다수의 상장사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다. 대부분의 종목은 거래정지 여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 투자자 혼란으로 이어졌다. 사전 경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중 55개사가 감사의견 거절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중 올해 처음으로 감사의견을 거절 당한 상장사는 코스피 7개사, 코스닥 30개사에 달한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7개사 6000여억원, 코스닥 30개사 2조3600여억원으로 총 3조원에 육박한다. 거래정지 책임이 있는 최대주주 지분을 제외해도 개인투자자 수만명의 자산만 2조원이 넘게 동결됐다는 이야기다.


거래정지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100억~500억원대지만, 1000억원이 넘는 곳도 다수 포함됐다. 올해 처음으로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 중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곳은 이아이디. 거래정지 당시 기준 3541억원이다. 이 상장사는 지난해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횡령, 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거래가 정지됐다. 새롭게 거래정지된 종목 중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상장사는 인터로조(329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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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거래정지된 상장사 중에는 최근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자본 조달을 추진 중인 곳도 다수 포함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투자에 나섰는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실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던 플래스크는 거래정지 전날 13.69% 급등세를 보였다. 이외에 카나리아바이오 8.52%, 코다코 5.33%, 비유테크놀러지 2.69% 등 여러 상장사도 거래정지 직전 상승세를 보였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당하면 거래를 정지하는 것은 거래소 규정에 따른 것이다. 회계가 불확실한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도록 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 건전화' 목적이다. 이에 따른 책임은 대부분 회사 경영진에 있다. 회계법인이 아무런 이유없이 감사의견을 거절할 리 없다.


취지는 옳다. 다만 아무것도 몰랐을 소액주주가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에는 의문이 남는다. '잘 알아보고 투자하라'는 상투적인 조언은 납득이 어렵다. 감사의견 거절의 이유는 단순히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 즉 '계속기업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다수의 요인이 있다. 해당 상장사 관계자도 감사의견 여부를 미리 확신하지 못하는데, 일반 투자자가 감사의견 여부를 판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관리종목 지정이나 감사보고서 제출지연 공시 등 여러 시스템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거래정지를 예측하는데는 부족하다.


상장사가 비적정 감사의견 등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넘어가면 감사의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심의위원회서 존속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 거래정지 중인 몇몇 상장사는 적정의견을 받고도 거래가 재개되지 못했다. 이 회사 주주들은 기약없는 자산동결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신외감법'이 시행된 이후 중소 상장사의 불만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하다. 외부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포렌식을 실시하는 등 요구사항이 많거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의 감사 혹은 재감사 비용을 청구한다. 이런 기업은 대부분 실적이 극도로 악화한 한계기업이다. 안그래도 어려운 살림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 건전화는 신뢰를 전제로 한 금융시장에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 숫자도 2686개에 달하는 전체 종목에 비하면 극히 일부(2.04%)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미의 눈물 위에 세워진 건전성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매년 수만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기약없는 자산 동결이란 고통을 강제하는 방식이라서다. 


거래정지 회사 주주가 최소한 '자기 책임'이라고 납득할 수 있도록 감사 과정에 대한 사전 경고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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