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정오에 쟁의 찬반 투표에 대한 결과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실제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임금교섭 타결이 실패해 올해는 타결을 목표로 세워놓고 교섭을 진행하는 만큼 사측에서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대화를 통해 협상을 진행한다면 충분히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5일까지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마무리하고 8일 결과를 실시간으로 발표한다. 찬반투표에서 과반 찬성이 나오면 파업 등 쟁위 행위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1969년 창립 이래 지난 55년간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노조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올해는 예년과는 양측의 입장 차가 서로 커지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3월 29일 임금교섭 중임에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을 결정하고 발표했다며 일방적인 임금 발표에 당혹함을 드러냈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1일 오후 2시 화성사업장 DSR A, B 타워 1층 로비에 모여 경계현 사장을 만나기 위해 경 사장의 집무실로 출발했다.
하지만 노조 대표단을 막으면서 노조위원장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넘어지며 다쳤고, 이에 대해 노조 측에서 대화를 지속 요청했지만 사측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노조 측에서는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노조 위원장이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한번 잘못 디뎌서 올라 가니깐 사측이 와서 막았고 이로 인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다는 입장이다.
이현국 삼성 노조 부위원장은 "사측 당사자는 잡아당겼지, 밀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밀었냐, 당겼냐를 떠나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원장 한 사람을 두 사람이 막고 있으면 당연히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에스컬레이터는 위험한 곳이라 사측에서도 안전을 강조하는 곳인데 다 타고 올라가서 막으면 됐을 것을 올라가는 중에 막다 보니 다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사측이 4월 9일까지 조합원의 명단을 제공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일부 집행부를 제외하고는 익명으로 노조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구분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노조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노사협의회의 임금협상안이 전직원에게 적용되기도 했다. 집행부에서는 올해는 노조 명단을 공개할지 여부 등에 대해 고민하고 8일 생방송을 통해 대응방안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전삼노 입장에서는 6.5%의 임금인상률 보다는 사측이 노조와 의사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통보하는 형태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삼성이 노조가 없었고, 노조와 대화를 한 경험이 적다보니 노조는 생겼지만 기존의 경영방식 그대로 노조를 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협상도 충분히 이해는 할 수는 있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협의회 8명의 임원들이 9만5000여명의 비조합원들의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통보하는 형식"이라며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대화가 있어야 제대로 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유급휴가 1일 추가의 경우 그전까지 사측 교섭 대표위원이 무조건 받아오겠다고 약속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1일이 추가안이 통과 돼 협상 타결되면 노사 관계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약속을 저버리고 1일 유급휴가를 철회해 합의가 안됐다는 입장이다.
이 부위원장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채널 토론에서 6.5%를 받아주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한 적이 없고, 삼성 자본이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를 위한 결정이라고 하면 우리의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해야 되는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는 만들어졌는데 실제로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일방적으로 협의와 대화 없이 직진을 하는 것에 대해 노조원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며 "경쟁사의 경우 흑자전환이 되면 더 올려주겠다고 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미리 올려주기도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우리는 일방 통보를 하다보니 다들 자존심이 바닥을 찍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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