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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 총파업 첫발…'출구전략'은 부재
김민기 기자
2024.07.09 07:01:22
초창기 노조라 아직 내부 힘싸움 진행 중, 실리적 선택보다 권력 다툼 커질 듯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8일 18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이자 대표교섭권을 가지고 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여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삼노는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했으나, 아직 노동고용부나 정치권에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땐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3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상호 동의했으나 일부 조합 내부의 강경파의 목소리에 의해 총파업까지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내부 권력 강화를 위해 사측을 자극하고 노조원들을 선동하는 등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관측 중이다.


전삼노는 8일 오전 11시부터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장에는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사업장 등의 조합원 6540명(노조 추산)이 참석했으며,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


앞서 전삼노는 총파업 설문조사에 참여한 8115명 가운데 5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고했지만, 이날 화성사업장에 모인 조합원은 절반 수준인 2000여명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으로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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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노사협의회의 2024년도 기본인상률 3%를 거부한 855명에게 0.1%라도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며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불투명한 기준 대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OPI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교섭위원이 약속했으나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거부한 전 직원 유급휴가 1일 추가 약속을 이행하고 무임금·무노동 파업으로 모든 조합원에게 발생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삼노 내부적으로는 이번에 6500명 이상 파업에 동참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집회 동안 '단결 투쟁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울려 퍼지는 민중가요를 부르고 정 부회장의 얼굴이 프린트된 현수막을 찢고 발로 밟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 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김기남 전 DS부문장 등을 '노동자를 무시하는 오인방'이라 부르며 경영진을 규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삼성 측에서는 중노위 3차 조정회의에서 자정까지 논의를 이어가면서 상호 동의를 했으나 갑작스럽게 사측이 제시한 협상안일 뿐 노조는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발을 빼면서 총파업에 들어가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오히려 총파업 중 과한 퍼포먼스 등으로 사측을 자극하면서 협상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노조안 전부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 철회는 없다"는 등 출구전략이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노사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노위 당시 노사 양측은 ▲노사 간 임금교섭 최종 타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 조정 결과 발표 지양 ▲일회성 여가 포인트(50만원) 지급 ▲휴가 의무 사용 일수 2일 축소(재충전 휴가 2일 미사용 시 보상) ▲노사 간 상호 협력 노력 등 4가지 내용을 담은 안에 상호 동의했다.


하지만 이후 전삼노가 4가지 안전에 대해 의견(찬·반) 진행 필요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중 약 70%가 사실상 안건을 거부하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전삼노 집행부가 총파업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삼노 집행부가 내부적으로 강성 노조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총파업으로 분위기가 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 노조가 현대자동차 등과 비교해 노조 역사가 짧은 '초창기 노조'라 경험이 없고, 내부적으로도 권력이 일원화 되지 않아 정치싸움이 벌어지면서 완력 다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에서 실리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목소리가 더 크고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노조원이 힘이 실려 총파업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예측이다. 


실제 전삼노는 삼성 계열사 5곳을 아우르는 삼성초기업노조의 DX지부장과 갈등을 벌인 바 있다. 당시 DX지부장은 전삼노가 조합원수를 부풀리고, 한노총 산하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결탁해왔다고 폭로했다. 이날 집회에도 전삼노는 금속노조가 도와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금속노조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노동 조합 내부에서도 매파(급진파)와 비둘기파(화친파)가 있는데 사회심리학적으로 노조의 경우 부정적인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매파의 입김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속노조 등 강경파들이 전삼노에 힘을 실으면서 총파업까지 진행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송승준 인사이트 대표(노무사)는 "노조 규모가 1만명이 넘어가면 어디든 정치와 권력 다툼이 있고, 삼성도 노조 내부 정치 갈등이 없을 순 없다"며 "아직 삼성은 노조 내부 간의 권력 다툼이 안정되지 않아 보이고, 이번에 출구전략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총파업도 흐지부지 되면서 노조탈퇴가 늘어나는 등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의 명분이 SK하이닉스 보다 적은 성과급인데, 올해 반도체 시황이 업턴으로 돌아서면서 2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회복했고, 3분기와 4분기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성과급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노조원들의 참여도 줄어들고 전삼노의 노조활동에도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 이에 빠른 출구전략이 없다면 더이상 노조원들도 편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전삼노 측에서는 생산 차질이 목표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노동부가 나서서 직권 중재를 한다거나 삼성전자에서 적극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는 일부 불편한 점은 있지만 아직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전삼노 측에서도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면 적어도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손실이 나올 수 있어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노조의 확실한 황제 권력을 쥔 인물과 협상하는 편이 유리하고 편하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협상으로 인해 일부 세력이 본인들의 성과로 포장해 내부 권력 다툼에 이용할 수 있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다. 또 하반기 성과가 좋아 정상적인 성과급이 나오면 분위기도 바뀔 수 있어 시간을 두고 버틸 가능성이 크다. 


송 대표는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내고도 다음날 뒤집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이는 한 개인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내부적인 권력 다툼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전삼노 내부에서 권력을 잡는 사람이 생길지, 아님 다 같이 재신임을 못 받고 싹 다 갈릴지는 시간이 지나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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