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놨지만 경영 공백은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의사결정을 내릴 순 없어도 회장직을 유지하는 등 오너 중심의 지휘체계는 변함이 없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오는 28일 개최하는 제12기 정기주주총회에 당초 상정했던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철회했다. 조 회장이 내려놓은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자리에 아직까지 신규로 내정된 후보는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이수일 부회장과 박종호 경영지원총괄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대표 출신인 김종갑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올랐었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철회됐다.
◆ 조현범 회장,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직 유지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이 그동안 사내이사로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며 "글로벌 타이어 산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추진해왔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내이사에서 제외되면서 오너 경영 리더십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내이사는 회사에 상시적으로 출근함으로서 회사의 업무에 참여하는 이사를 말한다. 회사 경영에 주요한 권한이 있고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철회하자 일각에서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사실상의 한국타이어그룹의 지휘체계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 사내이사직을 맡지 않지만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고 있어서다. 회장직은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없지만 회사에서의 가장 높은 직위(서열)다. 이는 조 회장이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더라도 기업 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인 한국앤컴퍼니의 사내이사직도 유지 중이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등기임원) 업무를 맡고 있으며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29일까지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의 지분 30.67%를 보유하고 있는 지배회사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조현범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사내이사직은 내려놓았지만 지주사(한국앤컴퍼니), 종속회사(한국타이어)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한국앤컴퍼니의 대표이사직도 오는 2025년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지휘체계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수일 부회장, 대표 체제…"경영공백 우려 없어"
만약 조 회장이 사법리스크 등 다양한 이유로 부재하더라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수일 한국타이어 부회장 등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내이사가 책임경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통과가 유력한 이수일 부회장은 오랜기간 한국타이어의 영업, 판매, 마케팅 담당임원 및 지역본부장으로 재임하며 글로벌 타이어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판매 전략 고도화 및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과 같은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갑작스런 경영환경 변화와 최고경영자 유고 발생을 대비하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도 구축·운영 중이다. 실제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임기준 등을 포함한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을 내규에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임원인사 담당부서에서 업무 성과, 경영자로서의 역량,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부문장 이상의 임원을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선정하고, 매년 정기∙수시 인사 발령과 연말 임원 평가 결과를 반영해 후보군을 상시 관리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고경영자로서의 역량은 단기간 내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량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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