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정기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자신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철회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이 12년만에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배경으로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배임과 횡령 공정거래법 위반 등 다수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이 같은 혐의들로 구속 기소됐으며, 같은 해 9월 추가로 영장이 발부돼 구속이 한 차례 연장됐다.
1심 재판부는 ▲출석 및 증거인멸 관련 서약서 제출 ▲보증금 5억원(그중 2억원 보험증권) ▲보석보증서 제출 및 지정 조건 준수를 조건을 내걸고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석방했다.
◆ 고급 외제차 사적 사용 등 사법리스크 현재진행형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4~2017년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875억여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는 약 131억원의 손해를 봤고, 몰아준 이익은 총수 일가에 흘러간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MKT 최대주주는 한국타이어(50.1%)이며, 조 회장과 조현식 전 고문(조 회장의 친형)이 각각 29.9%, 20%를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은 함께 기소된 부장급 직원과 공모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타이어 회사 및 그 계열사 명의로 구입 또는 리스한 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 5대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17억600만원·배임)도 받는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회사 소유 테스트 차를 일부 사적으로 쓴 사실을 인정하지만 해당 액수 전체를 배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회장은 또 2022년 3월 합리적 채권회수 조치 없이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MKT 자금 50억원을 리한에 사적 목적으로 대여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20~2021년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던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MKT가 50억원 가량을 지원토록 했다는 것이다.
리한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로 자동차 흡기시스템과 연료계 시스템을 생산하는 업체다. 2018년 산업은행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MKT가 해당 자금을 별다른 담보 없이 빌려줬다. 조 회장은 박지훈 리한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지난해 7월에는 우암건설에 '끼워넣기' 식으로 공사를 발주하고 그 대가로 금전적 이익을 취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사내이사 재선임 계획 철회...조 회장의 의지 작용
한국타이어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추진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법상 사외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의 자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다.
한국타이어의 내규도 사내이사에 대한 별다른 자격 제한 요건은 없다. 다만 '이사회는 기업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식 및 경력 등에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및 책임성을 지닌 유능한 자로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다.
반면 사외이사는 자격요건을 깐깐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규 안에는 '법규 위반으로 행정적∙사법적 제재를 받았거나 그 집행을 면제받은 경우 등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의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 주주총회에 후보자를 상정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지난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을 때도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조 회장은 두 회사의 이사회에 각각 1회만 참석하고도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해 조 회장의 스스로 의지로 재선임 안건을 철회한 것으로 안다"며 "소송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 등 주변에서의 반발이 지속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