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올해 들어 계열사 주식을 총 120억원 넘게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주식이 하락할 때마다 조 명예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주가 부양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올해 효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총 127억3826만원 가량 사들였다. 1935년생인 조 명예회장은 2017년 장남인 조현준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주고 한동안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명예회장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효성이다. 올해 1월 3일부터 8월 3일까지 총 38회에 걸쳐 7만8380주를 장내 매수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49억1050만원이다. 효성티앤씨도 총 28회에 걸쳐 1만2851주를 50억원에 사들였다. 효성중공업 주식은 20억원, 효성화학 주식은 8억원에 매입했다.

조 명예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하락했을 때다. ㈜효성 주식의 경우 올해 1월과 3월, 7월에 하락했는데 이때마다 조 명예회장이 나서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자녀들도 효성그룹 주식을 계속해서 매입하고 있다. 이들 자녀는 지난 2008년부터 효성그룹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당시 조석래 명예회장이 증여 차원에서 손주들에게 자사주를 매입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회장의 장녀인 조인영씨(2002년생)와 차녀인 조인서씨(2006년생)는 지난해 말까지 주식을 매입해 ㈜효성 0.13%, 효성티앤씨 0.06%, 효성중공업 0.05%, 효성첨단소재 0.05%, 효성화학 0.0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인영씨와 조인서씨의 지분율은 동일하다.

이어 조현준 회장의 장남인 조재현씨(2012년생)도 지분을 늘렸다. 조재현씨는 ㈜효성 주식 0.11%, 효성티앤씨 0.02%, 효성중공업 0.01%, 효성첨단소재 0.04%, 효성화학 0.03% 등으로 누나들인 조인영씨, 조인서씨 보다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의 장녀 조인희씨(2010년생), 차녀 조수인씨(2012년생), 장남 조재하씨(2015년생)도 지난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섰다. 이들은 조현준 회장의 장남인 조재현씨와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는지 여부를 떠나 존재 자체에 영향력이 있다"며 "조 명예회장이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어 조현준 회장이나 조현상 부회장 대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부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 6명에 대한 증여는 2008년부터 이뤄졌다"며 "조기 증여를 통한 중장기적 승계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자녀들의 주식 매입 사유와 관련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 변동은 없었다. 지난 8월 기준 조현준 회장은 ㈜효성 지분 21.94%를, 조현상 부회장은 21.4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