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정재훈 케이씨씨(KCC) 대표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안정적으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대표 취임 이후 주가가 안정을 찾았고 실적도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CC 주가는 오후 12시 기준 23만2500원을 기록했다. 2021년 최고 47만7000원, 2022년 최고 41만4500원에 비하면 50% 가까이 하락했지만 업계에서는 실리콘 시황 약세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정 대표 취임 전인 2020년 3월에는 주가가 10만6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당시 주가 하락의 원인은 중국 도료 법인의 실적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실리콘 사업의 전방 수요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기실리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당시 실리콘 사업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7% 기록했다. 전방산업 수요 확대와 실리콘 시장의 공급자 우위 등으로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정 대표의 가장 큰 업적은 KCC를 자산가치보다 영업가치가 높은 회사로 탈바꿈 시켰다는 점에 있다. 당초 KCC는 영업가치보다 자산가치가 우위에 있는 회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실리콘 사업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현재 KCC는 13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조4000억원대의 토지를 포함한 유형자산 3조5000억원과 9736억원의 현금, 2조3919억원 규모의 시장성 유가증권을 포함한 금액이다. KCC가 2012년 사들인 삼성물산 지분(지분율 9.1%) 가치는 1조7979억원에 달한다.

모멘티브 인수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자산가치 못지 않게 영업가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 이전인 2018년 말 매출 3조원대 회사에서 지난해 말 매출 6조7000억원대 회사로 올라섰다. 영업이익도 2018년 2008억원에서 지난해 4667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업계에서는 특히 내년에 계열사인 모멘티브 상장을 앞두고 있어 경영진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KCC는 대표 주관사로 미국 현지의 씨티그룹글로벌마켓과 모간스탠리(MS), 골드만삭스를 선정하는 등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대표가 모멘티브 인수합병(M&A)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만큼 내년 상반기 모멘티브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대표이사를 교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6년생인 정 대표는 1993년 KCC에 입사해 기획총괄을 거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인도법인장, 싱가포르법인장, 동남아총괄법인장 등을 지내며 해외에서 경력을 쌓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정몽진 KCC 회장의 경영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KCC 관계자는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안이라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