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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남을 '정부의 실패'
백승룡 기자
2023.05.17 08:00:25
두 정부에 걸쳐 전기요금 현실화 외면…실책의 여파는 시장에 떠넘겨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14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 사옥(출처=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순도 100% 시장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경제를 채택한 모든 국가는 공공재 문제와 외부효과 등 시장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혼합경제체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개입이 때로는 명백하게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른바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다. 따라서 시장과 정부의 적절한 경계와 조화는 혼합경제체제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 방안은 2분기가 시작된 지 45일째가 돼서야 나왔다. 그마저도 인상 폭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에 그쳤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두 자릿수 인상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일찍이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적정 인상액은 kWh당 51.6원으로, 분기당 13원 안팎의 인상을 의미했다. 지난 1분기 13.1원을 인상하면서 요금 정상화를 추진하는 듯 싶었지만 결국 2분기 만에 용두사미가 돼버린 모양새다.


지난해 32조65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에도 6조1776억원 규모의 적자를 이어갔다.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 판매비가 구입비에 미치지 못해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 탓이다. 한전은 지난해 발전사로부터 kWh당 평균 155.5원에 전력을 사들여 kWh당 120.5원에 팔았다. 이 같은 역마진 구조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kWh당 전력 구입단가는 174.0원, 판매단가는 146.6원 수준이었다. 이번 2분기 인상안이 '어설픈 정상화 시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거스른 전기요금은 채권시장을 망가뜨렸다. 채권 발행에 의존해 자금난에 대응하고 있는 한전은 지난해 총 31조8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찍어냈다. 특히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매월 2조~3조원 규모의 채권이 쏟아지면서 한전채 금리(3년물 기준)는 5.8%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지급 보증으로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한전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당시 회사채가 시장에서 쫓겨나는 구축효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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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정상화를 외면한 대가를 기업과 채권시장이 대신 치렀던 셈이다. 시장의 실패를 풀어가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실책을 시장에 떠넘기는 형국이다. 한전은 올해도 10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다행히 올해는 시장의 유동성이 뒷받침되면서 회사채 구축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또다시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장의 위기가 터지면 한전채는 위기의 파급력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안정성이 지속되기만을 바라며 살얼음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정부 실패'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정부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하면서 시장 메커니즘을 외면했다. 당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에 휩싸이자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판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고집이었다. 문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제때 반영하지 않은 것을 맹렬하게 비판하던 윤석열 정부는 정작 칼자루를 쥐고도 먼 산만 보고 있다. 여당은 애먼 한전에게 '경영 실패' 프레임을 씌우면서 임직원 임금 동결과 자산 매각 등으로 변죽만 울렸고, 근본적인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경제학에서 '정부 실패'를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정치적 과정에서의 제약'이 꼽힌다.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들이 정치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의도치 않았던 방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두 정부를 거치는 사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변질된 전기요금과 이로 인한 한전의 유동성 위기는 이론적 우려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전기요금 청구서 너머의 사회적 비용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 실패의 사례로 교과서에 기록될 만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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