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부터 하나금융그룹의 청라시대가 공식적으로 개시된다. 김승유·김정태 전 회장을 거쳐 함영주 회장까지 이어진 청라 이전 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첫걸음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제대로 된 그룹 시너지 창출로 이어질지에 대한 내부 불안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딜사이트는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 배경을 비롯한 현황 및 전망, 리스크요인 등을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인천 청라국제도시 이전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기대와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주·은행 등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이전한다는 기존 방침을 계열사 전체로 바꾸면서 주요 계열사의 이전 규모가 크게 줄어든데다 다른 계열사 역시 후선 부서 위주로 쪼개기 이전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금융·IT 조직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집적 전략'을 내세웠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분산 이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9월 말 예정된 청라 하나드림타운 입주 대상에 하나손해보험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를 포함시켰다. 당초 지주를 비롯해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손보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대상 범위는 넓어지고 각 계열사별 이전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계열사별 이전 규모를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하나카드는 본사 인력 대부분이 이동 대상에 포함된 반면, 하나캐피탈과 하나생명은 각각 100명, 120명 안팎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하나저축은행과 하나자산신탁 등도 일부 인력만 이동한다.
반면 핵심 계열사들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하나증권은 약 80명 수준, 하나은행 역시 기존 계획보다 축소된 수백명 규모에 그칠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은행·증권 중심 본사 기능 이전'에서 '계열사 일부 기능 분산 이전'으로 방향이 바뀐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체 인력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하나금융은 청라에 약 2800명의 그룹 직원을 상주시킬 계획이었지만, 총량은 유지되는 대신 핵심 계열사 비중이 줄고 중소 계열사와 후선 부서 인력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직원 이전과 관련한 계획은 하나은행 산하 하나경영연구소가 맡아 진행 중이다.
이전 방식이 바뀐 배경에는 비용 부담과 인력 이동에 대한 내부 부담, 사업 필요성 재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공식적인 설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전략 수정이라기보다 현실적 후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로 인해 청라 이전이 당초 기대했던 집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핵심 계열사와 핵심 부서가 빠진 상태에서 후선 기능 위주의 이전이 이뤄질 경우 물리적 집적이 곧바로 협업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계열사에서도 핵심부서가 아닌 후선부서들의 이동이 예상된다"며 "개별 회사 차원에서도 애매하게 인원이 분리되면 경영 효율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전 대상자에 대한 지원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주거·출퇴근 부담까지 겹치면서 이전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지원책은 셔틀버스 운영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직원 이탈 현상도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부터 비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이탈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일례로 한 계열사의 경우 지난해 직원들의 퇴직률이 18~19%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이미 청라에 상주 중인 하나금융티아이의 경우 지속적으로 직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도 이직을 알아보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이 같은 불안이 실제 갈등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쏠린다. 근무지 이동과 인력 재배치가 본격화될 경우 노조와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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