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식 자본시장부 부국장] 검찰이 MBK파트너스 경영진에 이번 주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역할이 축소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가 주체이고,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대표) 그리고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이 그 대상이라 한다.
혐의는 일면 구체적이다.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핵심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죄목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그 본질 타당성을 떠나 기소에 앞서 구속영장을 치는 이유는 기실 당국의 존재 이유를 보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검찰도 고심한 것 같다. 구속 대상 3인이 적부심의 배제 사유에 적어도 2개 이상 해당되서다. 구속은 첫째 주거가 일정치 않고 도망할 염려가 있거나, 둘째 확보된 증거가 많지 않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마지막으로 피의자 방어권이 우려되지 않을 경우에 유효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들에 대한 구속 필요성은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구속으로 인해 피의자 인권 혹은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어서다. 이는 형사 절차의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 수단에서 배제된다. 법 전문가가 아니라도 기본권은 상식의 범위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정당국이 3인을 구속 시도하는 이유는 명징하다. 수사의 출발점과 속도가 법률요건이 아니라 여론압박에 밀리고 있어서다. 형사법은 본디 증거와 법리, 구성요건 충족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최근엔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여론재판으로도 작동한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삶의 문제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원하고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을, 대주주에는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다. 민주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를 열어 놓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문제다.
하지만 여론의 원성을 곧바로 형사 책임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법은 여론의 감정 해소 창구가 아니다. 광장이 들끓는다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구속과 처벌이 정치가 원하는 상징적인 메시지 수단으로 변질되면 그 피해는 시장과 사회가 떠안는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저평가 받아왔다. 제도는 선진국에 가깝지만, 정치 리스크는 신흥국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투자가들은 수익성보단 법과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게 본다. 계엄은 2000년 이후 지켜오던 신뢰를 파괴했고 새 정부는 겨우 수습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건은 다른 의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 압박이 고조된 후 특정 시점에 구속 수사가 이뤄진 경우, 투자가들은 이를 법치 리스크로 해석할 것이다. 특정 펀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선 경영 실패가 형사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오인이다.
사모펀드(PE)라는 비히클은 자본시장의 청소부에 가깝다. 기업이나 은행 등 1금융권이 대놓고 하기 어려운 구조조정과 비효율 자산 정리, 산업 재편을 도와주는 시장의 배드캅이다. 이들에 공공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형법 잣대를 들이대는 건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다.
사모펀드에 도덕적 당위성을 들이댄다면 그들의 주된 전략인 투자 회수(EXIT)는 범죄 리스크로 귀결된다. PE에 노동자 보호를 애초에 들이댔다면 수익성은 포기하게 두는 것이 균형적인 요구다. MBK에 국민연금을 몰아주고 자선사업을 하라는 건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사모펀드가 실패한 홈플러스 회생의 문제를 정부는 시장 탓으로 방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보호는 입법과 제도의 개선, 공정거래·노동 행정의 집행, 민사적 책임 추궁으로 구제할 문제다. 모두 정부의 몫이지 실패한 사모펀드에 형법적 잣대를 들이댈 문제가 아니다.
사법은 여론에 응답하는 통치수단이 되거나 정치적 희생양을 찾는 하이에나 성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법적 가이드 라인이 필요성·상당성·보충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정의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 하부(경제)가 상부(문화/제도)를 결정한다고 본 오해를 또 반복하는 것이다.
이즈음 사모펀드 업계를 대표한다는 PEF협의회는 가장 못마땅하다. 업계의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 앞에서 그 존재감은 온데간데 없다. 지금 제기되는 문제는 사모펀드라는 산업 자체의 정당성과 제도적 위치에 관한 것이다. 침묵을 택했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이익단체의 존재 이유는 평상시 친목이 아니다. 협의회를 구성했다면 산업이 오해받고, 제도 자체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나서 설명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여론이 자신들을 약탈 자본으로 악마화하고 정치권과 사법 시스템까지 이 프레임을 의식하는데도 도무지 말이 없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프레임 동의다. 괜히 나섰다가 찍히지 말자는 식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방어할 의지도, 공적 설명 능력도 없다고 낙인 찍히면 이는 규제 강화와 제도적 차별, 사회적 신뢰 상실로 돌아올 것이다. 변명이 아니라 최소한의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