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삼성과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내년 사업 전략 수립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지형이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 4대 그룹의 연말 인사도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되는 모습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그룹 총수들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딜사이트는 기획 시리즈 '4대그룹 내년 사업점검'을 통해 삼성, SK,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이 구상하는 내년 경영 전략과 핵심 과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가 임원 감축에 본격화하면서 그룹 사업과 리밸런싱 추이에도 일부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수펙스가 그룹사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총괄해왔다면, 앞으로 계열사별 기획·실행 역량을 강화해 각 사업·의사결정간 민첩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동시에, 기존 리밸런싱에서 후방지원으로 무게 추를 옮겨 포트폴리오 효율·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 수펙스가 기존 8개 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되 최태원 회장 직속인 SK경영경제연구소를 품게 되면 그룹 내 '싱크탱크' 역할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근 임원감축부터 경영경제연구소 편입까지 다각적인 조직 효율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수펙스가 그룹 포트폴리오와 리밸런싱 전반을 주도해왔지만 앞으로 조직 구조 및 역할 등에 일부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주요 의제 및 포트폴리오 등을 조율하는 조직이다. 각 사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전략·글로벌위원회 ▲환경사업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소셜밸류(SV)위원회 ▲정보통신기술(ICT)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반도체위원회 등 8개 위원회를 꾸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해에는 특정 사업군 최초로 '반도체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직 내부에 일부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수펙스는 올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인력 40~50%를 감축할 계획이다. 수펙스가 그동안 그룹사 리밸런싱 전반을 진두지휘해온 만큼 이번 임원 감축은 그룹 리밸런싱이 일정 수준에 다다랐다는 점을 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SK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계열사 25곳을 매각하고 11곳을 청산하는 등 발 빠른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어왔다. 그 결과 순차입금 규모가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유의미한 재무 개선도 뒤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여간 최창원 의장 주도 하에 그룹 리밸런싱을 전폭 지원하면서 AI·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데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했다"며 "리밸런싱 작업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만큼, 수펙스 규모를 줄이고 계열사 인력을 확충해 현장 실무 역량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수펙스는 계열사 조직 개편안을 통해 최 회장 직속 독립 연구 기관인 SK경영경제연구소를 자사 산하 조직으로 품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연구 인력은 30% 가량 줄고, 역할 역시 그룹·계열사 경영 자문역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 컨트롤타워인 수펙스 입장에선 브레인 조직을 품으며 '싱크탱크'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거시경제를 집중 연구해온 경영경제연구소가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그룹·계열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구조로 바뀔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최근 리밸런싱 과정에서 내부 인력이 일부 감소했지만, 추후 수펙스 산하 조직으로 옮기게 되면 보다 소수정예로 꾸려질 것"이라며 "수펙스로선 조직 규모 및 역할을 효율화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업계 관계자도 "당초 소수 브레인 조직으로 꾸려진 경제경영연구소까지 인력감축 바람이 이어진다면 추후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그동안 'SK그룹 계열사가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방만 운영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 만큼, 조직 역할 및 규모를 한층 효율화하는 데 힘을 실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추후 수펙스는 미래 먹거리인 'AI' 부문 집중도를 한층 높여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대표 AI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유영상 대표는 최근 수펙스 AI위원장으로, SK AX의 윤풍영 대표는 수펙스 담당 사장으로 적을 옮겼다. 계열사 수장에서 그룹 컨트롤타워 책임자로 이동한 만큼, 경영 전방위로 AI 도입 및 결합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재무·사업개발 전문가인 강동수 SK㈜ 사장이 새로 선임된 점을 고려하면, 남은 리밸런싱 작업은 SK㈜에서 마무리 지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한편 SK 측은 수펙스 규모 및 역할 변화 가능성에 대해 '본연의 기능을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임원감축 등 일부 변화 조짐과는 별개로, 수펙스 내 위원회 수와 그 역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경제연구소가 산하 조직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본연의 역할에 연구소 성격을 하나를 더하는 수준"이라며 "일부 수펙스 인력들이 기존 계열사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 역시 파견 인력들의 순환보직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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